길병원 직원들, 경찰 조사에서 “부서비로 사용” 진술
환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진료비 환급금을 빼돌린 의혹을 받는 가천대 길병원 직원들이 이 돈을 회식비 등 부서비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병원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진료비 환급금을 빼돌렸는지, 병원 측에서 횡령과 횡령한 돈을 부서비로 쓴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18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길병원 원무팀 직원 2명은 최근 병원 자체 감사에서 “(빼돌린 진료비 환급금을) 회식비 등 부서비 등으로 썼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받은 경찰 조사에서도 비슷한 진술을 했다.
이들은 야간이나 주말에 퇴원하는 환자들이 병원 측 계산에 따라 미리 낸 진료비 가운데 더 낸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 받고도 환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7년 2월 빼돌린 진료비 환급금 중 일부를 환자들에게 돌려준 것처럼 전산 자료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이 수년간 빼돌린 진료비 환급금은 수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공금에 해당하는 진료비 환급금을 부서비로 썼다는 진술을 토대로 당시 부서장 등이 범행에 가담했는지, 횡령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앞서 12일 길병원 원무팀과 전산실 등을 압수수색, 2016년 이후 진료비 환급금과 관련된 자료와 전산실 서버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 갖고 있는 길병원 진료비 환급금 자료도 제출 받아 분석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길병원 원무팀 직원 2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혐의를 일부 시인했으나 구체적인 범행 기간이나 금액 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라며 “우선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길병원 측은 “해당 직원들이 최근 자체 감사 과정에서 비위 행위를 시인함에 따라 즉각적으로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라며 “이 사안을 매우 엄중히 받아들여 관리 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하는 것은 물론 재발 방치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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