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수사를 받아온 알란 가르시아(69) 전 페루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었다. 자신을 향해 조여 오는 수사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찰관들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페루 수도 리마의 자택으로 들이닥치는 순간 자신의 목 부위로 총을 쐈다. 곧바로 리마 카시미로 울로아 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세 차례 심정지에 이르러 심폐소생술을 거쳐 총상 부위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중태에서 회복되지 못했고, 결국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오마르 퀘사다 미주인민혁명동맹(APRA) 사무총장이 밝혔다. APRA는 가르시아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다. 그가 숨을 거두기 전, 변호인은 취재진에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1985~1990년, 2006~2011년 두 차례에 걸쳐 페루 대통령을 지냈다. 36세 때 첫 임기를 시작, 페루의 최연소 대통령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재임기에 화근이 발생했다. 리마 전철 공사와 관련,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오데브레시도 “2004년 이후 페루 정ㆍ관계에 뇌물 3,000만달러를 건넸다”고 시인, 그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 회사한테서 ‘검은 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전직 페루 대통령은 가르시아뿐 아니라, 페드로 쿠친스키와 오얀타 우말라, 알레한드로 톨레도 등 네 명에 이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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