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카운트 1개 못 잡아 714일 만의 선발승 불발
두산의 임시 선발 홍상삼(29)이 714일 만에 다가온 선발승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홍상삼은 17일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해 팀이 7-3으로 앞선 5회초 2사 1루에서 교체됐다. 아웃카운트 1개만 채우면 선발승 요건을 갖출 수 있었지만 고질적인 약점인 제구 문제로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폭투만 다섯 차례 범해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 폭투 불명예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엔 박정후(롯데)를 비롯한 14명의 투수가 4개의 폭투를 범했다.
홍상삼은 4회까지 비교적 선방했다. 1회에 선두 타자 김강민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나머지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2회초엔 이재원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로 요리했고, 3회초 무사 1ㆍ2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겼다. 4회초엔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하지만 5회가 문제였다. 5회초 선두 타자 고종욱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박승욱과 김성현을 내야 땅볼로 잡아 2017년 5월3일 대구 삼성전 이후 714일 만의 선발승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후 1번 김강민 타석 때 폭투 후 1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2번 한동민 타석에서도 두 차례 폭투를 저질로 1점을 더 헌납했다. 한동민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자 김태형 두산 감독은 투구 수 72개를 기록한 홍상삼을 내리고 윤명준으로 교체했다.
그렇게 홍상삼은 4.2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홍상삼은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팀 승리의 발판을 놓는 투구를 했다. 두산 타선은 SK 선발 앙헬 산체스를 5이닝 7실점으로 무너뜨려 승기를 잡았고, 6회말에 4점을 추가해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결국 두산은 12-3으로 완승을 거뒀다.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한 이용찬의 공백을 메운 홍상삼은 당분간 선발 등판 기회를 더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홍상삼이 잘 던졌는데 승리를 챙기지 못해 안타깝다”며 “본인 스스로 느끼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홍상삼은 “선발승 욕심 때문에 힘이 들어갔던 게 결과적으로 아쉽게 됐다”며 “2군 등판이 지난주 토요일이라 체력 문제가 없었고 좋은 타이밍에 등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부터 심리적 압박감으로 공황장애를 겪었는데, 2군에서 강석천 감독님과 정재훈 코치님이 도와줘 극복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승리로 보답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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