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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안이한 대응이 ‘진주 묻지마 살인’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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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안이한 대응이 ‘진주 묻지마 살인’ 불렀다

입력
2019.04.17 21:12
수정
2019.04.17 23:3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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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조현병 환자, 이웃에 칼부림 5명 사망ㆍ13명 부상

올해만 5건 난동 신고… 주민들 “경찰 소극적 대처”

[저작권 한국일보] 17일 오전 4시 30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안모(43)씨가 본인 집에 불을 지른 뒤 계단에서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 소방과 경찰 관계자 등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진주=전혜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17일 오전 4시 30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안모(43)씨가 본인 집에 불을 지른 뒤 계단에서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 소방과 경찰 관계자 등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진주=전혜원 기자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 조현병 환자가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이웃 주민들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묻지마 살인’이 이미 수 차례 범행 징조가 감지됐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소극적 대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공권력의 세심한 보살핌이 있었더라면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비극적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보다 촘촘한 안전망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17일 안씨의 바로 위층에 살다 화재로 대피하던 중 안씨의 흉기에 찔려 숨진 최모(18)양은 평소 안씨로부터 상습적 위협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양의 가족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최양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안씨가 뒤쫓아 와 다급하게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안씨는 문을 두드리며 난동을 부렸다. 이날 밤에는 최양의 집 앞에 오물을 뿌렸다.

이 같은 장면은 이전에 안씨가 오물 등을 현관과 창문에 뿌리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하자 참다 못한 최양의 가족이 집 앞에 설치한 패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잡혔다. 최양의 가족은 “당시 신고를 했지만 경찰에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벌금을 물리든지 해서 강력한 조치만 했더라도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경찰의 안일한 대처에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이전에도 안씨가 출근하는 최양의 가족에게 달걀을 던지고, 현관 앞에 오물을 가져다 놓는 등의 행패를 부리자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 주민은 “안씨는 쉼터에 있던 동네 노인들에게도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다른 주민들과의 다툼도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소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해 9월 25일 자신의 집 바로 위층과 자신의 동 2개 승강기에 인분을 투척하는 것을 비롯해 지난달 12일과 16일에도 오물을 뿌리는 등 여러 차례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만 5건,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6~7건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소 측은 "안씨가 숨진 최양을 따라다니며 괴롭힌다는 신고 때문에 야간 하굣길에는 아파트 직원이 동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숨진 최양은 시력이 좋지 않아 가족들의 걱정이 많았다. 안씨는 지난 1월엔 진주시 자활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시비가 붙은 2명을 폭행하기도 했다.

주민들과 관리소는 최근 이 같은 안씨의 계속된 위협과 반복된 난동으로 보름 전 경찰에 신고했다. 주민들은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관계 기관에 대한 안일한 대처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이번 사건으로 누나를 잃은 이창영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오랜 시간 피의자의 위협적 행동을 경찰뿐만 아니라 관할 동사무소, 임대주택 관리소에도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때마다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경찰 확인 결과 안씨는 2010년 당시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이란 병명으로 보호관찰형 선고 받았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의 한 병원에서 조현병으로 치료 받기도 했지만 보건당국의 관리대상 명단에는 없었다.

진주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정신장애인 관리는 의료기관에서 정보(명단)를 통보 받아야 하는 데 이때 환자 본인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병력이 있는 당사자가 직접 알리지 않으면 사례관리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와 파출소는 직선거리로 200m 가량 떨어져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출동 당시 미미한 신고라서 매뉴얼에 따라 거기에 맞는 대처를 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안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2015년 12월 15일부터 50㎡ 정도 크기의 이 임대 아파트에 입주해 혼자 살아왔으며 2017년 10월18일 기초생활수급자로 책정돼 매달 생계급여비와 의료비 및 주거비 등을 지원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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