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부영이 옛 진해화학 부지에 남아있는 폐석고를 폐기물 업체를 통해 필리핀에 수출했다가 여러 차례 퇴짜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수출 선박이 현지에서 압류되는가 하면 일부 폐기물은 반송돼 국내 항만에 방치돼 있다.
26일 수출 업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부영 진해화학 부지에서 나온 2만여톤의 폐석고를 실은 선박이 20일 넘도록 하역을 못한 채 필리핀 다바오 지역 연안에 정박해 있다. 필리핀 현지 세관이 화물 내용을 문제 삼아 하역은 물론 선박의 접안까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당국이 폐기물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부영이 위탁한 폐기물 업체는 지난해 8월 진해화학 부지에서 나온 폐석고를 수출하려다 필리핀 당국의 제지를 당했다. 당시 수출 업체는 3만톤의 폐석고를 필리핀 현지까지 운송한 뒤 하역작업을 하던 도중 현지 환경 당국의 제재에 가로막혔다. 이후 해당 선박은 필리핀 당국에 압류돼 화물이 폐기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위탁업체는 이후에도 필리핀에 4차례 가량 폐석고 수출을 시도했지만 두 차례는 입항을 거부당해 폐기물을 국내로 반송해야 했다. 필리핀 세관 불허로 한국으로 돌아온 폐석고는 약 5만 5,000톤으로 현재 전남 광양시의 한 부두에 하역된 채 방치되고 있다. 폐석고를 운반했던 선주 측은 회항에 대한 책임이 부영에 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과 폐석고를 제거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부영 측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필리핀 수출을 시도하는 폐석고는 아파트 건설 용도로 매입한 옛 진해화학 부지에서 나온 폐기물이다. 139만의 폐기물 가운데 41만톤 가량을 필리핀으로 수출하겠다며 지난해 3월 필리핀 업체와 협약을 맺고 수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폐기물 수출 시도가 반복되면서 최근 발생한 필리핀 폐기물 반송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부영은 “폐기물 처리업체에 위탁하여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다”며 "위탁 처리된 폐석고는 처리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폐기물 수출업체 간의 갈등까지 얽히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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