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발생한 경남 진주 아파트 묻지마 살인사건 용의자 안모(42)씨가 조현병 치료 경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심자) 관리의 허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안씨는 2010년 폭력행위로 조현병 판정을 받고 공주치료보호감호소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이후, 여러 차례 이웃과 시비를 벌였음에도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후관리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난동을 부리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정신질환자로 의심되고 앞으로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위험성이 있을 경우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강제입원(응급ㆍ행정입원)이 가능하다. 경찰이 신청하고 정신건강학과 전문의가 판단해 정신의료기관에 최대 3일 동안 응급입원이 가능하고,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입원을 시킬 수 있다.
정신질환자의 위험한 행동이 예상될 경우 격리시킬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문제는 의료기관들이 강제입원을 꺼린다는 점이다. 의료기관들은 강제입원 이후 환자나 보호자가 문제제기할 때의 갈등,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입원을 받아주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경찰의 적극적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이 때문에 경찰청은 지난 3월 신고가 접수될 경우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피의자에 대한 응급ㆍ행정입원 판단 매뉴얼을 만들면서, 기존 112신고가 있었는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흉기를 소지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강제입원을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적절하게 적용하라는 취지였고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프라 부족으로 의료기관에서 퇴원해 사회로 돌아온 정신질환자의 치료 지원과 사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해 연말 진료 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적 보완책은 마련된 상황이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의료기관에서 퇴원할 경우,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가 없이도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관할 보건소에 통보하고 치료와 재활을 돕도록 한 ‘임세원법(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환자들 사이에선 임세원법의 실효성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의 병원 치료를 지원하고 재활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기관인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상시적으로 인력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전국에 243곳이 설치돼 있지만 사례관리요원 1명이 평균 70~1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실정이다. 센터는 정신질환자 치료 지원 이외의 자살방지 등 다른 업무들을 떠맡고 있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교수는 지난 2월 8일 임세원법 입법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은 중앙정부 예산의 1.5% 정도가 정신질환자들의 몫이지만 선진국은 5% 수준”이라며 결국 관련 예산 확보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조현병은 어떤 병일까
조현병은 망상과 환청,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적 질환이다. 망상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을 가지고 믿는 것으로,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고 믿는 피해망상,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얘기를 수군댄다고 믿는 관계망상 등이 대표적이다.
◇조현병은 타인을 해치는 병일까
의료계에서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들이 범죄를 벌일 경우, 자신이 위협 받는다고 느낄 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또 발병 초기에 망상 등 급성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입원과 약물복용 등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정시기 이후에는 환자가 아닌 사람들처럼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의 경우 강력범죄자 중 조현병 환자 비율은 0.7% 수준이고, 2017년 기준 평생 유병률로 추정한 조현병 환자(25만명) 중 강력범죄자 비율은 0.1% 수준이다. 다만 국내에선 입원 이후 사회로 돌아왔을 때 지원할 인프라가 매우 부족해 상황이라 환자의 생활이 망가지고, 대인관계가 끊기는 등 결과적으로 치료를 지속하기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는 몇 명일까
유병률이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1%인 점으로 미루어 한국에도 50만여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7년 기준으로 전체의 5분의 1 정도인 10만7,662명에 그쳤다. 조현병은 사회적 인식과 달리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받으면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치료 적기를 놓치거나 임의로 치료를 중단할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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