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KT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KT 참여를 전제로 한 케이뱅크의 유상증자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는 KT의 케이뱅크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 신청에 대한 심사를 중단했다고 17일 밝혔다. 케이뱅크 지분 18.8%를 보유 중인 KT가 지난달 12일 금융위에 케이뱅크 지분을 인터넷은행특례법상 최대 한도인 34%까지 늘리겠다며 초과보유 승인을 신청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금융위는 심사 과정에서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조사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심사 중단 이유로 들었다. 금융위는 은행법과 감독규정에 따라 신청자가 △형사소송 절차를 밟고 있거나 △금융당국, 공정위, 국세청, 검찰 등의 조사 및 검사를 받고 있고 △관련 소송이나 조사ㆍ검사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면 초과보유 승인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
KT는 다른 통신사들과 함께 우정사업본부 등에 통신회선을 공급하는 정부 입찰사업에서 담합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6년에는 지하철 광고 입찰에서도 담합한 혐의로 7,000만원의 벌금이 확정됐다. 금융위는 KT가 공정위 조사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나는 등 심사중단 사유가 해소되면 즉시 심사를 재개하고, 중단된 기간은 승인 처리기간(60일)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심사 중단으로 케이뱅크의 유상증자 일정도 발목이 잡혔다. 앞서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일정을 고려해 당초 이달 25일로 예정된 KT의 5,900억원 주금납입일을 다음달 30일로 늦췄지만 이날 결정으로 증자 추진은 기약 없이 연기된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KT와 우리은행 등 주요 주주사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시행 여부 및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케이뱅크가 경영상 난관을 타개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시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케이뱅크에 대규모 증자를 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KT뿐인 것이 현실”이라며 “증자 일정이 연기될수록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KT에 대한 심사 중단이 경쟁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 지난 3일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카카오는 2016년 음원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1억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카카오 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은 계열사 5곳의 주식 보유 현황 신고를 누락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1억원 벌금 약식명령을 받고 불복해 지난달부터 정식재판을 받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각의 회사에 적용되는 법은 동일하지만 카카오 사정에 맞게 별도로 판단할 사안”이라며 “승인 중단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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