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5년 내 복원” 전문가 “최대 40년 예상”… 참나무 등 자재 조달 난제
프랑스 정부가 15일(현지시간) 화마에 스러진 파리의 상징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의 재건 설계를 국제 현상공모에 부치기로 17일 결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화재 이튿날 국민들에게 단합을 촉구하며 ‘5년 내 재건’을 공언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복원까지 최소 10년, 최대 40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이날 특별 각료 회의를 마친 뒤 국제 경쟁 방식의 공모를 통해 첨탑 재건 설계방안을 정하기로 했다면서 “현 시대의 기술과 경향에 맞는 새로운 첨탑을 세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공모에선 첨탑을 다시 세워야 하는지도 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이전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지을 것”이라며 “5년 내로 작업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5년 후인 2024년에는 파리에서 하계올림픽이 개최된다.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 전에 대성당 재건을 완료함으로써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이를 두고 ‘노란조끼 시위’ 등 정치ㆍ사회적 반발에 직면한 마크롱 대통령이 대성당 재건을 계기로 국민 통합과 지도력 회복을 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어젯밤 우리가 파리에서 목격한 것은 힘을 모으고 결속하는 능력이었다”면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프랑스의 역사가 절대 멈추지 않으며 늘 시련을 맞이하더라도 극복할 것임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정치를 할 때가 아니다”면서 하루 전 연기했던 노란조끼 시위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한 번 더 미뤘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많은 전문가들은 대성당 복원에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세유럽사 전문가인 에밀리 게리 영국 켄트대 교수는 “40년 정도 걸릴 것이고 빨라도 20년”이라고 말했다. 영국 요크민스터 성당 복구에 참여한 45년 경력의 석공 존 데이비드도 “아마 10~12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자재 조달이다. 게리 교수는 “중세 시대에는 단단한 참나무를 대량 확보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산림 파괴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과 지붕은 참나무로 만들어졌고, 천장에만 1만3,000개의 기둥이 사용됐다. 그는 12세기에 노르망디에서 공수된 것과 같은 최상급 석회암의 조달도 난제로 꼽았다.
과거 건축기법 재현과 발전된 현대 공법 적용 간 딜레마도 있다. 전통 공법을 21세기에 재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스프링클러 같은 장치를 설치하면 자칫 예술품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사고 복구 과정에 로봇과 디지털 장비들이 동원된 점, 소형카메라와 레이저 스캐너 등을 장착한 드론을 활용하면 고해상 3차원(3D) 영상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어 최첨단 기술이 동원될 것으로 내다봤다.
복원 과정에 필요한 사료 확보도 과제다. CNN방송은 앤드루 탤런 미 바사르대 교수가 2015년 3차원 레이저 스캐닝을 이용해 노트르담의 고딕 양식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고 이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단 복원 작업이 시작되면 추가 붕괴나 훼손을 막기 위해 보호 조치를 실시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구조물들을 가려내는 작업이 우선 이뤄질 전망이다. 건축역사학자 조너선 포일은 "복원 가능한 것을 가려내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임시 보호막 설치를 비롯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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