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용산 등 8개구에 요구]
대부분 공시가 9억 이상 주택… “단순 실수, 고의성 판단 어렵다”
“공시가 산정 오류 현실로 드러나”… 시민단체, 감사원 감사 등 주장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우사단로 일대 일반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서울 용산구, 마포구 등 8개구에 “456개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산정이 잘못됐으니 시정해달라”고 17일 요구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인 단독주택 공시가 산정에 중앙정부가 직접 조사를 벌여 시정을 요구한 건 처음이다. 국토부는 대부분 주택의 공시가를 지금보다 올릴 것을 주문했는데, 어쨌든 공시가 산정에 오류가 확인된 셈이어서 지자체의 반발과 공시가 산정의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9만호 단독주택 검증 결과 456호 오류 발견”

국토부는 앞서 올해 정부가 조사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지자체의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서울의 8개구 9만개 개별주택을 표본으로 뽑아 가격산정의 적정성을 검증했다. 실제 통상 1~2%포인트대에 그쳤던 가격 차이는 올해 서울 용산구는 7.65%포인트, 마포구 6.81%포인트, 강남구 6.11%포인트 등으로 커졌다. 조사 대상이 된 8개구는 표준과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격차가 3%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종로ㆍ중ㆍ용산ㆍ성동ㆍ서대문ㆍ마포ㆍ동작ㆍ강남구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 456호에서 오류로 추정되는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456호 중 대부분은 “공시가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이었으며, 정부의 표준 공시가격보다 공시가격이 낮은 경우였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오류를 유형별로 보면, 90%(약 410호) 가량은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산정 시 인근 표준주택을 잘못 선택한 경우였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선정한 전국 22만개 표준 단독주택 가운데,해당 지역에서 대상 주택과 유사한 ‘비교 표준주택’을 먼저 정한다. 이후 도로ㆍ접근성ㆍ구조 등 22개 비교항목이 담긴 ‘주택가격비준표’를 적용해 개별 단독주택의 특성에 따라 가격을 가감하는 방식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국토부의 설명은 이 과정에서 지자체가 마땅히 택했어야 할 인근 표준주택 대신, 거리가 떨어진 낮은 가격의 표준주택을 선택해 결과적으로 대부분 공시가격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공시가가 25억3,000만원으로 책정된 강남구의 한 고가주택은 인근에 있는 공시가 18억1,000만원짜리 표준주택 대신 접근성이 떨어지고 시세차이가 큰 공시가 15억9,000만원짜리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삼아 공시가를 낮췄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주변에 비슷한 표준주택이 많으면 지자체가 재량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이번엔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개별주택의 특성을 잘못 입력하거나 △기준에 맞춰 산정된 공시가격을 합리적 이유 없이 변경하고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수기로 계산한 사례 등도 적발됐다.

서울 8개 구 표준ㆍ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차이 그래픽 = 김문중 기자
◇커지는 논란

국토부는 이번에 발견된 8개구 456호의 오류를 해당 지자체가 재검토해 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8개구에서 이미 검증을 거친 9만호 외 단독주택들과 나머지 서울 자치구의 주택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추가 조사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부는 “추후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오류가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되면 재검토 및 조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조만간 올해 확정 공시가격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제대로 된 추가 조사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토부는 또 이번에 발견된 대부분 오류가 단순 실수에 따른 것으로, “고의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가의 공시가격 산정 오류가 확인된 만큼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공시가를 조작할 수 있음이 사실로 나타났는데도 정부가 책임을 묻지 않고 조정을 요청하는데 머물렀다”며 “감사원 감사와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토부의 조정 요청이 456호 대부분의 공시가격을 지금보다 올리라는 주문이어서 소유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들이 적극 협조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지만, 법적 가격산정 권한을 쥔 지자체들이 주민 반발을 우려해 가격 조정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당장은 아니어도, 향후 공시가 결정 과정에서 이번 오류를 빌미로 불신과 불복 움직임이 한층 커질 수도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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