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KT 청문회
황창규 KT 회장이 경영고문단에 고액의 자문료를 주며 정ㆍ관계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재차 제기됐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KT 아현지국 화재 사고 청문회에서 여야는 황 회장의 사고원인 은폐와 무능 경영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경영고문 14명을 위촉해 황 회장이 재임한 후 나간 돈이 20억 가까이 된다”며 “경영고문 위촉 여부는 회장이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영고문 지침을 봤느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이 의원은 KT가 정치권 인사 6명, 고위공무원 출신 3명 등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 자문료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해 로비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모른다. 그 정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경영고문은 회사의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부문장들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이에 이 의원은 “20억원 가까이 집행됐는데 회장이 모르고, 관련 규정에는 최종 결제하게 돼 있는데 모른다고 하면 이해가 되느냐”며 “KT는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기업이다. 황 회장이 창업한 기업이 아니다. 오너라도 자기 마음대로 돈을 쓰면 배임죄에 걸린다”고 거듭 지적했다. 황 회장은 “언론에 나오고 나서 보고 받은 사항이다. 현재 수사 중에 있어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거듭 부인했다.
이 의원은 또 “KT에서 작성한 ‘VVIP 관련 직원 명단’을 보면 작성 당시 국회의원과 장관, 검사가 있다. 전직 국회의원, 전직 검찰총장, 전직 (청와대) 수석도 있다”고 밝혔다. 이 명단에 있는 현직 국회의원 일부는 검찰의 채용 비리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의원은 “화재사고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황 회장의 황제경영, 측근경영, 폐쇄경영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흡한 사고 대응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KT 아현동 화재와 관련해 기관통신사업자로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조사일지를 확인한 바 도면자료 수집과 현장조사가 안 돼 있고, 답변을 안 하고 면담을 미루는 등 KT가 소방방재청 조사를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방해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KT를 공무집행방해죄로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해야 한다고도 했다.
청문회 초반에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불참 등을 놓고 여야 간 기싸움이 벌어졌다. 유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수행을 이유로 청문회에 나오지 못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기습 출장으로 청문회를 회피한 유 장관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여당이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KT 청문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지난번 국회에서 황창규 회장의 부실하고 무책임한 답변에서 비롯됐다”면서 “오늘 청문회는 ‘KT 청문회’고 ‘황창규 청문회’다. 부실 경영에 따른 화재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자리로 유 장관의 출석 여부는 부수적”이라고 반박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