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여성의 몸으로 오랫동안 구금” 석방 촉구
민주당선 “친박 태극기 지지자들에 보여주기 쇼”
박근혜 전 대통령이 17일 검찰에 형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자유한국당도 ‘법리적으로 석방이 가능하다’는 자체 결론을 내리면서 ‘박근혜 석방론’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법률자문위에 법리검토를 지시했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아프시고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점을 감안해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석방론과 관련된 취재진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이 여성의 몸으로 오랫동안 구금생활을 하고 계신데, 이렇게 오래 구금된 전직 대통령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시한은 전날 만료됐지만 별개 사건인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한 형(징역 2년)이 지난해 11월 확정되면서 기결수 신분으로 전환됐다. 수감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확정된 형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서를 서울 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앞서 황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만료(16일)를 앞두고 당 법률자문위에 석방 가능 여부에 대한 법리검토를 지시했고, 자문위는 법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교일 한국당 법률자문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인권보호와 무죄추정의 원칙, 애매할 때는 피고인에게 이익으로 해석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비춰보면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동일피고인이기 때문에 구금 일수를 본형에 산입해 석방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 “이틀 전쯤 이 같은 내용을 대표에게 구두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박 전 대통령 사면이나 석방과 관련해 “국민 의견을 감안해야 한다”는 모호하고 원론적 입장을 보였던 황 대표가 직접 법리검토를 지시한 것이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최 의원은 “황 대표가 보고를 받은 이후 별다른 후속지시나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당 내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위한 당의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당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단결 운운하는데 보수의 아이콘으로 우리와 함께 해온 지도자에 대해 당이 가만히 있는 것은 정치도의가 아닌데다 내년 선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는 민경욱 대변인의 논평이 있었다”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되고,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당 차원의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박 전 대통령과 석방론을 띄우는 한국당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형 집행정지 신청은 무리한 줄 알면서 친박 태극기 지지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쇼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결수 전환 첫날 박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신청과 황 대표의 석방요구는 손바닥이 부딪히듯 때를 기다렸다는 흔적이 역력하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일련의 범죄행위는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저울질하기에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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