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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역대 최장 연속상승 기록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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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역대 최장 연속상승 기록의 역설

입력
2019.04.18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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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14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코스피가 14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6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코스피 지수가 17일 소폭 하락하며 긴 상승 퍼레이드를 마무리했다. 13거래일 연속 상승은 무려 35년 만에 나온 역대 최장 기록이다. 하지만 역대급 기록을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그리 밝지 못하다. 최근 늘어난 외국인 투자금이 일부 대기업에 몰리며 발생한 현상이라, 오히려 역설적으로 국내 상장기업의 전반적 체력이 약하다는 현실을 반증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2.71포인트(0.12%) 떨어진 2,245.92로 마감돼, 지난달 29일부터 13거래일 연속 이어오던 상승 행진을 중단했다. 앞서 35년 전인 1984년 1월 19일부터 2월 2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역대 최장 기록과 ‘타이기록’에 만족하게 됐다.

35년 만의 기록적 상승 배경엔 ‘외국인 매수세’가 있었다. 외국인은 지난 13거래일 동안 지난 10일 하루를 제외하고 12거래일간 국내 주식을 2조4,84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지난 15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 흐름을 보였다. 기관은 6거래일 순매수, 7거래일 순매도로 중립 자세를 취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자산축소 종료를 결정하면서 통화긴축 우려가 줄어 증시에 자금유입 기대감이 커진 덕”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요즘 코스피를 향한 외국인 자금 유입세는 역사적으로도 강한 편"이라며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지수가 13거래일 연속 상승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13거래일 연속 상승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하지만 이 기간 외국인 투자금은 일부 기업에만 쏠렸다. 13일의 상승기간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삼성전자(7,600억원), SK하이닉스(2,700억원), 삼성전기(1670억원)였다. 세 기업만 합쳐도 총 1조1,970억원으로 전체 순매수액의 절반에 가깝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일부 대기업 외에는 외국인이 매력을 느낀 국내 기업이 적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3거래일 연속 상승에도 가파른 상승폭을 보이지 못한 것도, 매수세가 특정 종목에 편중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속 상승 기간의 코스피 상승률은 5.7%로 1984년의 9.9%에 못 미쳤다.

결국 겉으론 역대급 지수 상승이 화려해 보이지만, 국내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부족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외국인과 일부 대기업 종목에 기댄 ‘제한적 상승폭’은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31%, 34% 감소한 30조2,000억원, 20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상반기 상장기업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코스피지수가 보이고 있는 제한적인 상승세의 원인은 상장 기업의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역대 최장 코스피 상승이 남긴 것 그래픽 = 강준구 기자
역대 최장 코스피 상승이 남긴 것 그래픽 =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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