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4월 임시국회 개점 휴업 상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청와대가 16일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18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야당은 “국회 위에 청와대가 군림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날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위해 만났지만 이 후보자 문제로 이견만 노출한 채 끝났다.
현재 국회에는 강원 산불과 포항 지진 관련 추가경정예산, 미세먼지 관련 법안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택시업계 지원법,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를 핵심으로 한 선거개혁 법안을 금주 중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지 못하면 내년 4월 총선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선거개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핵심 개혁 법안과도 연동돼 있으나 청문 정국에 막혀 꼼짝도 못하고 있다.
올 들어 국회는 제대로 일한 적이 한 번도 없다. 1ㆍ2월에는 자유한국당이 장외싸움에 몰두하느라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했고 3월 임시국회도 파행 끝에 빈손으로 끝났다. 4월 임시국회도 4ㆍ3 보궐선거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여야 간 힘겨루기로 공전 중이다. 이번에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치 일정상 문재인 정부 내 처리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국민은 이미선 후보자 임명 논란이 선거개혁, 검찰개혁을 무산시킬 정도로 중대한 이슈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의 대치 정국은 네 탓 공방만 하며 정쟁을 확대 재생산해 온 여당의 한심한 정치력에 상당 부분 기인하지만, 무조건 반대와 발목잡기로 일관해 온 야당의 책임도 그 못지않다. 이 후보자의 과다 주식 보유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이긴 하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법 거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 부부를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 후보자의 위법 여부 확인은 검찰에 맡겨 놓고 국회를 정상화하는 게 옳다. 4월 국회만이라도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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