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표류한 전북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개발이 당초 계획을 수정해 다시 추진된다. 전주시가 지역경제 피해를 막기 위해 대형쇼핑몰은 짓지 않고 경기장 훼손은 최소화하기로 했지만 그 동안 보존을 고수하던 김승수 시장의 기존 공약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는 즉각 성명을 내고 롯데와의 협의를 중단하고 시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12만3,000㎡를 정원ㆍ예술ㆍ놀이ㆍ미식ㆍ마이스의 숲으로 개발하는 ‘시민의 숲 1963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마이스산업 부지 4만㎡에는 국제규모의 전시장과 국제회의장 등을 갖춘 전시 컨벤션과 200실 이상 규모의 호텔, 판매시설로 서신동 롯데백화점이 이전한다.
전주시는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는 판매시설 부지만 롯데쇼핑에 50년 이상 장기 임대해주고 롯데쇼핑은 전시컨벤션센터를 지어 시에 기부 채납하게 된다. 호텔은 20년간 롯데쇼핑이 운영한 후 전주시에 반환한다.
시는 종합경기장 대체시설로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총 900억원을 들여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1만5,000석 규모의 1종 육상경기장과 8,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7월 이전에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해 롯데와의 이행계획 협약서를 체결하고 내년 1월까지 기본 행정절차를 마무리 한 뒤 내년 7월쯤 공사에 착수, 2023년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전주시는 지난 2005년 전북도 소유인 종합경기장을 무상으로 넘겨받은 뒤 이곳에 경기장을 허물고 총 1,600여억원을 투입해 쇼핑몰ㆍ영화관 등을 갖춘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을 짓기로 했으나, 민선6기 김승수 시장은 지역상권 붕괴를 우려해 전임 시장 때 계획했던 쇼핑몰과 호텔 신축을 유보하고 롯데쇼핑과 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며 자체 재원으로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시민공원으로 개발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김 시장은 “시민의 성금을 모아 지은 종합경기장 용지를 매각하지 않고 지역경계 피폐를 막기 위해 판매시설도 최소화해 지역상권을 지켜내면서 경기장 부지 재생을 하게 됐다“며 ”시민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동시에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마이스산업의 혁신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전주시의 개발 계획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경기장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고 대규모 상업시설 입점을 막겠다고 수 차례 발언한 김 시장이 약속을 저버리고 지역경제와 중소상인의 생존을 롯데의 손에 맡기려 하고 있다”며 “롯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주시는 협의를 당장 중단하고 시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롯데에게 50년 이상 무상 임대하면 시민의 땅을 지킨다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기간은 사실상 롯데에게 땅을 내준 것이나 다름없고 이 기간 동안 지역상권은 초토화될 것”이라며 “롯데백화점도 매장이 2배로 커지면 연간 매출액도 현재 3,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늘어 2,000여개에 달하는 인근 점포가 문을 닫고 점포당 3, 4명의 종사자가 실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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