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체결과 관련, 법 개정 전에‘선 비준’하자는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선 비준 추진은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선 비준도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비준안 통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ILO 핵심협약체결이 국정과제라는 점에서 정부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환 고용노동부 국제협력담당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결사의 자유 등에 관한 협약(ILO 제87호)은 국내법과 상충해 법 개정이 필요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으로 대통령 재가 만으로는 비준할 수 없고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사의 자유 관련 주요 쟁점들은 이해관계자 간 이해가 상충 되는 상황”이라며 “입법을 하려면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 논의를 더 지켜보면서 비준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선 비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과 관련된 노동법을 개정한 후 협약을 비준하는 ‘선 입법 후 비준’을 추진해왔다. 경사노위를 통해 노사정 합의안을 만든 뒤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합의가 무산된 상황이다. 정부의 선 비준 불가 방침에 대해 양대 노총은 ‘비준하지 않겠다는 얘기’라며 비판했다.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비준안을 만들어 국회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사합의를 핑계로 정부안도 마련하지 않고 선 비준 불가 방침을 말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입장문에서 “고장 난 녹음기 같은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경사노위와 국회에서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지 전망은 밝지 않다. 노사 모두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에 반발하고 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ILO 핵심협약 비준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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