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경쟁업체보다 제품을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며 이마트와 쿠팡을 겨냥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약 10년 전 유통업계를 달군 이른바 ‘10원 전쟁’이 재현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18일부터 2주간 총 16개 상품을 이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쿠팡보다 무조건 싸게 판매하는 ‘극한가격’ 행사를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롯데마트는 19일부터 매일 오전 9시 기준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과 쿠팡 사이트에서 상품별로 단위당 가격을 확인하고, 이보다 단돈 10원이라도 더 싸게 가격을 변경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행사 첫날인 18일 가격은 지난 15일 오후 5시 기준 최저가로 정했다. 24일까지 첫 1주일간은 맥스웰 커피믹스와 양반 들기름 김, 트레비 탄산수, 라퀴진 베이컨, 켈로그 아몬드 푸레이크, 팔도 비빔면, 비트 진드기 세제, 촉촉케어 물티슈 등 8개 상품에 대해 최저가를 적용하고, 이후 1주일간은 또 다른 8개 상품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마트의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은 대형마트가 경쟁적으로 물건 값을 내렸던 2010년대 초반 ‘10원 전쟁’을 연상시킨다. 당시 대형마트들은 경쟁사 매장에 고객을 가장한 직원을 보내 가격을 확인하고 그보다 10원이라도 더 깎아 팔았다. 출혈이 심해지자 유통업계는 자발적으로 10원 전쟁을 중단했고, 이후 차별화 서비스나 단독 상품, 가성비(성능 대비 가격) 향상 등을 내세우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고 물건 값을 비교해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하면서 유통업계에 다시 최저가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도 이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 요인 중 가격 경쟁력의 비중이 20%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엔 50% 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의 최저가 공세에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감이 점점 커진 것도 영향을 줬다. 이마트는 지난해 ‘블랙이오’란 이름으로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는 매달 특정 상품을 선정해 싸게 파는 ‘국민가격’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마트는 한 마리 5,000원에 판매하던 ‘통큰치킨’을 지난달 9년 만에 다시 들고 나왔고, 이제 본격적으로 가격 경쟁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대형마트들이 온라인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쟁사로 지목된 쿠팡 측은 “타사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이 엄청나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 경험의 가치가 몇십~몇백원 할인으로 대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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