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강남 아파트 재건축 허가 문제를 놓고 시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서울시의회 자유한국당 성중기 의원(강남1)은 이날 오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시 시정질문에서 박 시장에게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허가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성 의원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허가가 나지 않아 지역주민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박 시장을 압박했다. 성 의원은 낡아가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며 박 시장을 비난했다.
그는 "압구정현대아파트는 강남문화의 상징이지만 47년이 지난 지금은 낡고 위험한 아파트"라며 "만약에 한밤중에 긴급한 일이 발생하면 어느 틈으로 구급차가 들어가고 소방차는 어떻게 진입할 수 있나. 주민들은 비상화재나 응급상황 발생 시에 골든타임을 놓칠까봐 밤잠 이루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관이 낡아 물을 틀면 한동안 붉은 물이 나온다. 마시기는커녕 설거지도 빨래도 할 수 없다. 외벽과 옥상 틈에서 빗물이 스며들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니 재건축 안 된다는 것은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무너지지 않으면 그냥 살라는 이야기와 다름이 없는 무책임한 메시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성 의원은 "오늘날 현대아파트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며 "(박 시장은) 툭하면 강남북 균형발전, 차별을 말하는데 본 의원이 서울시의원을 하면서 느낀 것은 오히려 강남 역차별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그러면서 "박 시장이 작년 여름 (강북구 삼양동) 뜨거운 옥탑방에서 민생체험을 하면서 시민 애환을 몸소 체험하고 지역 현안이 뭔지 보고 직접 느끼고 하는 것을 봤다"며 "혹시 올 여름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살면서 체험해보실 생각이 있냐"고 비꼬았다.
이에 박 시장은 "제가 압구정현대아파트와 한양아파트에 거의 10년을 살았다"며 "주민들 상황은 이미 제가 잘 알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강남을 주민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강남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총력을 기울였고 아직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능하면 (강남북) 균형을 맞춰서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갖고 있지만 일부러 압구정동 일대 노후한 아파트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걸 시장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 않냐. 서울시 도시건축위원회가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신도시 하나에 버금가는 워낙 큰 단지여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서로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허가 시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부동산 안정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진 않다. 지금 제가 한마디 잘못하면 내일 신문에…"라고 말하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박 시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잘 재건축된다고 하면 정말 서울의 얼굴을 바꾸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된다. 일방적으로 서둘러서 강남 개발 시대와 같이 난개발로 성냥갑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된다"며 "신도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깊은 연구와 충분한 교감을 거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