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자카르타 공유오피스 탐방 

※인사할 때마다 상대를 축복(슬라맛)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2019년 3월 국내 일간지로는 처음 자카르타에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는 격주 목요일마다 다채로운 민족 종교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의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를 선사합니다.

자카르타 도심에 위치한 코하이브 공유오피스 풍경.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지금까지 이런 사무실은 없었다. 이것은 일터인가 놀이터인가.’

자카르타 중심가에 위치한 코하이브 메나라 프리마(COHIVE Menara Prima) 빌딩. 들어서기 전부터 심상치 않더니 문이 열리자 허풍 한 스푼 넣은 셈치고 황홀경이 펼쳐졌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온 듯 형형색색 산뜻한 인테리어가 혼을 뺐다. 당장 카푸치노 한잔 마시지 않으면 구박받을 것 같은 분위기에 넋이 나갔다. “우와, 이런 데서 일하면 잘 될 것 같아요.” “지금 입주하세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공간에서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로비에 앉아 잡담을 나누는가 하면, 회의실 등받이 방석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이도 있었다. 음악을 듣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웹 서핑을 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자유로워 보였다. 당구대와 탁구대, 그네는 한가로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속까지는 알 수 없으나 오감이 ‘스캔’하는 겉모습만큼은 꿈의 직장 풍경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자카르타 도심에 위치한 코하이브 공유오피스 풍경.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2년전 입주자 92명… 지금은 8,000명 보금자리 

인도네시아 1등 공유오피스업체 코하이브의 공유오피스는 젊은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번뜩이는 창업 아이디어와 사업 아이템은 있지만 호주머니가 가벼워 번듯한 사무실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청춘에게 공유오피스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2년 전 92명이 문을 두드린 이곳은 현재 8,000명 이상의 보금자리로 자랐다. 생각, 지식, 실천, 기술, 청춘, 상품, 사업, 경제, 미래가 어우러진, 무엇보다 삶이 꿈틀대는 거대한 커뮤니티다.

지난 15일 코하이브가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는 자카르타 도심 건물 세 곳을 두루 다녔다. 산뜻하고 쾌적한 건 매한가지지만 다채로운 인테리어로 저마다의 특색을 뽐냈다. 모두 도보로 다닐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공유오피스 입주자들 입을 빌리면 공유업무공간 서비스(Co Working Space Service)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핫(Hot)’한 아이템”이라는 방증이다.

자카르타 도심에 위치한 코하이브 공유오피스의 회의 장면.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월세 1인당 10만원… 동업자 찾기도 쉬워 

무엇보다 ‘착한’ 가격이 젊음을 유혹한다. 사무실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자카르타에서 도심 사무실 월세가 3.3㎡당 10만원 이상인 반면, 공유오피스는 1인당 10만원 선이다. 1인당 공간이 6.6㎡ 정도니 반값이다. 물론 임대료가 훨씬 싼 외곽에 사무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으나 ‘교통 지옥’ 자카르타에선 시간이 돈이다. 게다가 주요 모임들은 주로 도심에서 진행된다. 비용 절약과 효율 면에서 공유오피스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셈이다.

무형의 이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창업한 캐빈(28)씨는 “창업 동업자도 공유오피스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의 창업 아이템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맞춤형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여전히 현금 사용 비중이 높고, 수입보다 소비가 많은 인도네시아 청춘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 투자도 받았고, 곧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혼자 일하던 그는 현재 15명을 거느리고 있다.

그는 사람과 네트워크가 공유오피스의 알짜 매력이라고 말한다. “2017년 공유오피스에 입주했어요.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봤죠. 그들과 교류를 통해 자극을 받고, 사업 아이템을 찾고, 현재도 정보를 교환하면서 도움을 얻고 있어요. 공유오피스업체가 제공하는 워크숍, 전문가 강연 같은 이벤트를 통해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몰랐던 지식도 얻게 됩니다.” 코하이브에 따르면 이벤트 참가자는 3만명이 넘는다. 코하이브를 거쳐간 성공 업체로는 IDN타임스, 테크인아시아, 와룽핀따르, 포레 등이 꼽힌다.

자카르타 도심에 위치한 코하이브 공유오피스 풍경.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정보기술(IT)과 접목된 식당 주문 관련 사업을 하는 에이프럴(25)씨는 공유오피스가 “불편과 고민을 덜어준다”고 강조했다. 가끔 쓰는 주방 회의실은 공유하고, 우편물 관리, 전기 수리, 인테리어 등 잡다한 사무 보조나 돌발 업무는 공유서비스업체 직원들이 알아서 척척 해주니 오직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과 무관하게 쓸데없이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은 창업 초창기에 엄청나게 시간과 자원을 갉아먹는다”고 설명했다.

에이프럴씨 팀은 2년 만에 4명에서 20명으로 늘었다. “덩치가 커질 때마다 바로 사무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것도 공유오피스의 장점이에요. 회사가 더 성장하더라도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려고요.” 불필요한 공간이 많은 기존 사무실과 달리 공유오피스는 인원 수에 딱 맞는 공간만 사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 시설은 함께 나눠 쓴다.

자카르타 도심에 위치한 코하이브 공유오피스 내부.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물론 공유오피스 입주가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셀레나(26) 코하이브 제휴협력팀장이 사례를 곁들여 설명한 성공 방정식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상품으로 만들어 먼저 수요를 흡수하라 △좋은 인력을 수시로 채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라 △빠른 실행이 혁신이다.” 실패의 법칙도 있다. 셀레나씨는 “수요 조사 없이 아이디어만 믿거나, 해외에서 잘 된다고 들여오면 안 된다”고 했다. 대응 속도가 더딘 것도 문제지만, 너무 빨리 시작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때맞춤(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홀로 멍때리기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수다가 사업 아이템으로, 차 한잔이 인맥 관리로, 당구 한판이 협업으로 이어지는 사무실 아닌 사무실. 아니 참 사무실, 공유오피스는 오달지고 오지다.

자카르타 도심에 위치한 코하이브 공유오피스 풍경.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