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990년 발생한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에 대해 당시 경찰이 두 명의 용의자를 고문해 허위로 자백을 받아낸 사건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또한 검찰은 이들의 자백에 모순점이 많았음에도 처벌에만 급급해 실체적인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는 과오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낙동강변 살인사건’ 조사 결과를보고 받고 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사건은 1990년 1월 부산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 갈대숲에서 두개골이 함몰된 여성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키 큰 1명, 키 작은 1명의 2인조”라는 목격자 진술이 전부여서, 경찰은 2년 가까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91년 11월 낙동강 갈대숲에서 경찰관을 사칭해 금품을 뺏은 최인철ㆍ장동익씨가 검거되자, 경찰은 이들을 엄궁동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2013년 특별감형을 받고 석방됐다. 이후 “경찰 조사 중 고문을 받고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며 2017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과거사위는 이들이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했다는 의혹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던 피해자에 대한 특수강도 범행이 실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 △수사기록 일부가 고의로 누락ㆍ은폐됐다는 의혹 △이들의 진술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과거사위는 우선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최씨와 장씨의 고문 피해 주장이 일관되며 함께 있었던 수감자의 목격 진술, 유사 사례 존재 등 객관적으로 확인된 내용과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최씨의 고문 피해 주장을 배척한 당시 법원 판결이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과학적 오류가 존재한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부산 사하경찰서 수사팀에 의한 고문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부실수사도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수사검사는 이들의 진술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송치된 기록 자체를 면밀히 검토하였더라도 발견할 수 있었던 각종 모순점들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기소하는 과오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사 두 사람이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자백과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들 사이에 모순이 존재하는데도 자백에만 기대 수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는 최씨와 장씨가 당초 부산 사하서에 잡히게 된 강도 사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과거사위는 “특수강도 사건은 피해자 한모씨 진술 외에 사건의 실제 발생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수사검사가 한씨가 운행한 차량번호만 확인했어도 한씨 진술이 사실과 배치된다는 점을 손쉽게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법무부에 피의자가 자백을 번복하는 경우 검사가 자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살인 및 성폭행 같은 강력사건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유죄입증에 관련된 중요증거물의 기록을 보존하거나 공소시효 만료시까지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변호사 시절 직접 변호를 맡은 사건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변호사 35년 생활 중 가장 회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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