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피스 아즈마 대표
“일본에선 정확한 실험동물 통계 조차도 없습니다. 실험동물기관이 만든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 관리기준, 방법도 베일에 싸여 있죠. 이번 동물애호법 개정안에 실험동물 관리가 포함되지 않은 게 제일 아쉽습니다.”
일본 대표적 동물보호단체인 피스(PEACE)를 이끄는 아즈마 사치코(51)대표는 17일 도쿄도 신주쿠구 도쿄시민활동센터(TVAC)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동물애호법 개정안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일본 내 반려인을 비롯해 동물보호단체, 업계의 관심은 7년 만에 개정되는 동물애호법에 쏠려 있다. 동물애호법은 이변이 없다면 오는 6월 개정될 예정인데 내용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팽팽한 상황이다.
아즈마 대표는 “실험동물협회에 따르면 연간 420만 마리를 공급한 것으로 나와있지만 연구소 내 생산되는 동물 수 등을 합하면 실험동물은 더 많을 것”이라며 “실험 동물 등록과 실험 조건 등 규제가 전혀 없어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동물애호법에는 동물실험에 대해 최소한의 개체(Reduction), 최소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Refinement), 가능하면 동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Replacement) 하라는 3가지 원칙(3R)을 언급하는 데 머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무등록 실험 동물 공급업자의 동물 공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실험동물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험동물법에 교육기관이 포함되지 않아 수의대 등은 여전히 관리 대상이 되지 못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 일본동물애호법에서 가장 논란이 뜨거운 부분은 바로 ‘펫숍’에서 판매할 수 있는 강아지, 고양이의 연령이라는 게 아즈마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는 49일된 강아지와 고양이를 판매하고 있는데 판매 시기를 생후 8주(56일) 이후로 늦추자는 것이다. 아즈마 대표는 “일본은 여전히 반려동물을 ‘펫숍’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판매 시기를 법에 명시하는 것을 두고 동물공급업체의 반발도 큰 상황이라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일본은 동물원 등 전시동물에 대한 복지도 뒤쳐져 있다.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는 지금도 사육사가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가 간식을 먹게 하는 쇼를 할 정도다. 이에 대해 아즈마 대표는 “굉장히 창피한 일”이라며 “방송에서 동물원, 수족관 쇼 장면을 내보내고, 일반인들도 전시동물의 복지에 대해 둔감한 상황이라 이를 개선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아즈마 대표는 2000년 동물보호를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고, 실험용 쥐의 가족을 찾아주는 활동을 시작으로 20년 이상 동물보호 활동을 해 오고 있다. 현재는 동물애호법 강화를 위해 관련 조사활동을 하고 설문조사와 서명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아즈마 대표는 “1999년 동물보호법에서 바뀐 동물애호법에서 ‘애호’라는 단어 자체가 인간이 동물을 관리하고, 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이번 개정을 계기로 사람이 아닌 동물을 위한 법이 제정되고 동물 복지를 고려하는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쿄=글ㆍ사진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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