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공군 부대를 불시에 찾았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수도 방어 임무를 믿음직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군을 향해 만족함을 표시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인한 주민들의 안보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17일 김 위원장이 전날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로 ‘김정은 2기’ 체제를 갖춘 이후 첫 행보다. 김 위원장은 “부대 앞을 지나가다 추격습격기 연대의 비행훈련 실태를 료해(파악)하기 위하여 갑자기 들렀다”며 “항공 및 반항공부문의 전투가 예고하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임의의 시각에 불의에 판정하고 군부대의 경상적 동원 준비를 검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비행사들에게 “어렵고 복잡한 공중 전투 조작”을 명령했고, 비행사들은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자기들이 평시에 연마해온 비행술”을 선보였다. 김 위원장은 “수도의 반항공 방어임무를 믿음직하게 수행하고 있는 비행사들을 만나니 마음이 놓인다”며 비행사들을 치하했다고 한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선 북한 최신형 전투기인 미그-29기 2대가 비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김 위원장의 기습 방문에도 군이 완벽한 기량을 뽐냈다’는 것을 보여주며 북한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경제 발전에 매진하고 있지만 국가 안보를 챙기는 문제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끝났다는 사실을 공개한 상황에서 야기될 수 있는 안보 불안을 불식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아울러 경제 발전에 무게가 쏠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군 사기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도 읽힌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군사 행동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덜고 경제 생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자, 군 전투력 저하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 태도 변화를 강하게 촉구한 것을 고려할 때 비행훈련을 직접 챙긴 것 역시 대미 압박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평북 신창양어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곳에서 김 위원장이 양어장 운영 상황을 높이 평가하며 “신창양어장이 양어의 주체화, 과학화, 현대화, 공업화, 집약화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에서 계속 기치를 들고 나감으로써 표준양어장, 본보기단위, 교육단위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해나갈 데 대한 당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여야 한다”고 독려했다고 전했다. 신문이 ‘김 위원장이 부대 앞을 지나가다 들렀다’고 표현한 점, 김 위원장 동선이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 방문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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