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기서 내리라니” 대구시민 ‘심야 이동권’ 무시하는 시내버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기서 내리라니” 대구시민 ‘심야 이동권’ 무시하는 시내버스

입력
2019.04.17 17:30
0 0

 <상> 이해못할 대구 시내버스 운행 종료시간

늦은 밤 버스를 타본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려달라는 안내를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이 시민의 발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이 매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모든 대도시가 다 그렇다면 이해할 법 하지만 유독 대구만 그렇다. 상식이 통하는 시내버스를 기대하며 현장을 고발한다.

16일 오후 10시54분 대구 수성구 경북아파트 앞 정류장 버스안내 전광판에 버스 운행종료를 알리는 문구가 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16일 오후 10시54분 대구 수성구 경북아파트 앞 정류장 버스안내 전광판에 버스 운행종료를 알리는 문구가 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버스 운행 종료합니다. 모두 하차해 주세요.”

16일 오후 11시쯤 대구 경상감영공원 인근에서 304번 시내버스를 탄 박민재(31ㆍ수성구 파동)씨는 11시30분쯤 버스안내 방송에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목적지인 파동우체국까지 가려면 멀었지만, 수성못오거리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박 씨는 “종점까지 운행하지 않고 중간 지점에서 하차토록 하니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일찍 끊겨 시민불편이 가중되면서 연장운행과 심야 버스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준공영제로 운행 중인 시내버스가 너무 일찍 운행을 중단하는데다 종점까지 달리지 않는 현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대구시는 심야이용객 수요와 예산부족,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과 인천은 새벽 1시까지 운행하고 있고 대전과 세종은 밤 12시30분에 막차가 출발해 새벽 1시30분까지 달리는 등 대부분의 광역시가 밤 12시가 넘도록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어 대구시의 변명이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시에 따르면 중간기점 방식으로 운영되는 대구 시내버스는 오후 11시30분이 되면 114개의 노선 중 80여 개의 노선이 종점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승객을 하차시킨다. 이 방식은 1990년 다수 버스회사가 한 노선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동배차제 도입으로 시작된 후 2006년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

버스회사는 종점 운행 시 차고지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이 방식을 선호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무시되고 있다.

특히 대구를 처음 방문한 외지인과 외국인 등은 이른 버스 운행 중단과 낯선 시내버스 시스템에 당황하기 십상이다. 동대구역, 서문시장 야시장, 대학가 등 일부 심야 이용객이 많은 노선만이라도 운행 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KTX가 동대구역에 도착하는 마지막 기차 시간은 오전 1시지만 버스와 도시철도는 이미 끊긴 시간이다. 대구 대표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서문시장 야시장도 마찬가지다. 계절과 요일에 따라 야시장 종료시간은 오후 10시30분~밤 12시여서 대중교통이 끊기기 일쑤다.

지난 6일 서문시장 야시장을 찾은 대만인 에이미(28)씨는 “밤 12시까지 야시장에서 놀다 갈 생각이었으나 숙소로 가는 버스가 일찍 끊긴다는 바람에 1시간 일찍 떠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에 심야 시내버스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에는 2013년 4월 심야버스인 ‘올빼미버스’가 2개 노선을 시범운영한 후 현재 9개 노선 72대의 버스가 자정부터 오전 5시30분까지 운행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기존 시내버스 14개 노선을 심야 연장 운행하고 있다.

대구시는 심야 탑승객 수요가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택시업계 눈치를 보느라 시민불편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버스 운행 연장 시 가뜩이나 과잉공급된 대구 택시업계의 반발이 뻔하다는 것이다. 2014년 국토교통부 택시 총량 산정 용역 결과 대구는 6,123대 과잉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공급과잉률(36%)을 보였다. 대구시는 이를 근거로 2023년까지 8년 동안 3,402대의 법인ᆞ개인택시를 줄이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까지 법인 택시 728대 감차에 그치고 있다.

최재후(48ㆍ동구 지저동)씨는 “대구시는 대구시민의 편의가 아닌 버스와 택시 업계의 편의만 너무 봐주고 있는 것 같다”며 “시민 편의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

<상> 이해못할 대구 시내버스 운행 종료시간

<하> 대구시민 심야 이동권 이렇게 보장하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