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경쟁에 막이 오르면서 재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회사의 2대 주주이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끌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금호석화 측이 곧바로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공고히 하는 등 이런저런 소문이 꼬리에 꼬리는 무는 난전이 펼쳐지고 있다.
16일 사설정보지(지라시) 등을 통해 박삼구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적극 권유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화그룹이나 SK그룹 등 유력 인수 후보자들이 언급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지분 11.98%를 보유한 2대 주주 금호석화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게 정보지가 담은 내용. 과거 둘은 대우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면서 ‘형제의 난’까지 겪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은 사이였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마침 금호석화는 지난해 매출 5조5,849억원, 영업이익 5,542억원을 올릴 정도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라 인수 자금에 대한 여력도 충분할 것이라는 예측도 더해졌다.
여기에 한 경제지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가 전략적 차원에서 함께 손을 잡자고 제안할 경우를 가정한 질문에 박찬구 회장이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는 보도로 소문에 불을 지폈다. 박삼구 회장과 대비되는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여온 박찬구 회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발언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더불어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마찬가지로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인수전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재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직접적인 인수에 나서지 않더라도 인수자의 적극적인 조력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호석화 측은 진화에 발 빠르게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없으며 자금력 있는 건실한 대기업이 인수해 하루빨리 경영정상화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한편 ‘현재 아시아나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도 않고 계획하고 있지도 않다’는 말로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역할이 필요하다면 그 때 가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 같지 않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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