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경기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4·16 기억교실.
교실 앞 문에는 책상배치도와 학년 반, 수학여행을 간 학생수와 희생학생, 생존학생 숫자가 적혀 있었다.
교실 안쪽 책상 위에는 아이들의 사진과 반 전체 단체사진, 유가족과 친인척, 친구 등이 놓고 간 꽃과 메모지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보고싶다”, “사랑한다”는 내용이 빼곡히 적힌 노트들도 놓였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오전부터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실제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리는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 참가하려는 시민들이 앞서 기억교실을 찾는 등 일반 시민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들은 교실을 찾은 이들은 사진과 노트를 만지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기억교실을 찾은 김선영(44)씨는 “아이 친구들이다 보니 가끔 오게 되는데 올때마다 슬픈 거 같다”며 “아이들이 배에 갇혀 서서히 죽어갔다는 생각에 너무나 끔찍하고 너무나 고통스럽다. 제발 진실이 규명됐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오후에는 단축수업을 한 단원고 재학생들이 찾았다.
이날 처음 와 봤다는 한 3학년 학생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선배지만 마음이 무겁다”며 “친구들과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여학생도 “그냥 슬픈 거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부는 교실을 돌며 눈물을 흘리는 여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생존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도 교실을 찾았다. 신분을 밝히기를 꺼린 이들은 각각의 기억교실을 돌며 친했던 친구들에게 글을 쓰며 울기도하고 미소를 지으며 친구를 쳐다보기도 했다.
이들은 친구의 노트에 “장난 섞인 너의 목소리 듣고 싶다”, “네가 사줬던 거, 그것만 보면 너 생각난다. 보고싶다” 등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글을 남겼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깜짝 방문했다. 이날 오후 때문에 기억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기억교실을 혼자서 찾은 것이다.
박 장관은 “저는 세월호 가족들과 특별한 관계고, 5주기를 맞아 기억교실과 가족들이 보고 싶어 왔다”며 “유가족 등과 뜻을 세워 만든 기억재단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다”고 짧게 말했다.
특히 박 장관은 33명 중 1명만 생존한 2학년 7반 기억교실에 들어가 아이들의 유품을 바라봤고, 가장 안쪽 끝자리의 전찬호 군의 책상에 앉아 노트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박 장관은 노트에 “오늘에야 더 가깝게 만나는구나. 늘 별이 되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단다. 찬호 아빠가 참 고생이 많으셨단다. 찬호의 별이 대한민국을 안전한 대한민국의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굳게 믿는다. 아줌마가 오늘은 이렇게 찬호가 앉았던 책상에서 편지쓰고 간다”라고 적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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