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ㆍ송파구 등 3주 연속 낙폭 둔화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3주 연속 둔화됐다. 지난달부터 보합 또는 강보합을 나타내는 지역이 속속 나오고 일부 단지는 하락기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역주행’ 움직임도 감지된다. 시장 일각에선 “서울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봄 이사철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6월 보유세 부과를 앞두고 추가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락폭 둔화ㆍ최고가 경신에 바닥론 ‘솔솔’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7% 하락했다. 지난해 9ㆍ13대책 등 강도 높은 규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22주 연속 떨어졌지만 지난달 18일(-0.10%) 이후 3주 연속 낙폭이 둔화되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달 18일 -0.16%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0.04%, -0.05%, -0.03%로 매주 낙폭이 크게 둔화됐고 송파ㆍ동작ㆍ용산구 등 선호 지역 아파트값 하락폭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거래 절벽이 뚜렷했던 연초와 달리 최근 들어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급매물이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16억원대 매물이 팔리면서 매매가격이 오히려 올랐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17억6,000만~18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 전용 84㎡도 지난달 21억원대에 거래되면서 매물이 싹 들어갔고 목동 트라팰리스 웨스턴에비뉴 전용 112㎡의 경우 지난달 16억원짜리 매물이 팔린 이후 현재 호가가 16억5,000만~17억원으로 뛰었다.
역대 최고 매매가를 경신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시티파크2단지의 전용면적 184㎡(12층)가 지난달 9일 29억3,000만원에 거래돼 작년 9월 기록한 최고가 25억원(6층)보다 4억3,000만원(17%) 올랐다. 서초구 방배동 ‘동부센트레빌’도 전용 157㎡(5층)가 지난달 19억원에 손바뀜하며 기존 최고가인 14억7,000만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바닥 논하긴 이르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이 같은 ‘가격 역주행’까지 발생하면서 일부에서는 서울 집값 ‘바닥론’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집값이 떨어진데다가 정부가 최근 올해 공동주택 예정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공시가격ㆍ세금 규제 등이 다 정해졌고 금리 인상도 없어 이를 감안한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이 움직일 채비를 하는 분위기”라며 “더군다나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1,100조원의 단기 부동자금이 결국 부동산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러나 “아직은 바닥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주택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도는 것은 맞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은 것도 부담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봄 이사철의 일시적 현상을 전반적인 흐름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정부의 규제 입장은 변함이 없어서 올해까지는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1일 기준으로 보유세가 실제 부과될 경우 오히려 추가 가격 조정이 있을 가능성을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적잖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종부세 등 보유세 이슈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어서 2~3분기에 매물 출시나 가격 추가 조정 가능성은 남아있다”면서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개발 공약 등이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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