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중에서 물 뿌려보라”, 소방당국 “그렇게 하면 건물 무너져”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진압 방법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제안을 프랑스 소방당국이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중에서 물을 뿌려보라”고 했지만, 프랑스 소방당국은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훈수를 우회적으로 일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화재 소식을 접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대형 화재를 지켜보기가 매우 안타깝다”며 “공중에서 물을 뿌리는 게 진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서둘러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이 글을 올리고 2시간 뒤 프랑스 소방당국은 트위터를 통해 화재 진압 상황을 발표했다. 프랑스 소방당국은 자국어와 영어로 “현재 화재 진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다만 ‘공중에서 물 뿌리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는 노트르담 전체를 무너뜨리거나 주변 건물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진압 방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명확하게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화재 진압 방법이 옳지 않다는 반박으로 읽힌다.
이 트윗을 두고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사용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대신 사과드린다”, “저도 마찬가지”라며 유감을 표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 계정(프랑스 소방당국, @SecCivileFrance)에서 영어로 쓰인 트윗은 이게 유일하다”고 전했다. 프랑스 소방당국이 일부러 영어로 트윗을 올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훈수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도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이번 발언은 경솔했다”는 지적성 댓글이 잇따랐다.
프랑스 소방당국의 발표가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트위터에 “프랑스 국민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는 문구만 올렸을 뿐 추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앞서 15일 오후 6시50분쯤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 주변에서 연기와 함께 치솟은 불길은 지붕과 첨탑을 태운 뒤 16일에야 불길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에도 불구하고 대성당 쌍탑과 서쪽 정면 등 주요 구조물은 전소되지 않았고, 주요 유물들도 안전한 곳에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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