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이대헌 헬스로 다져진 몸 챔프전서 맹활약
“저 선수, 누구야?” ‘봄 농구’를 즐기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정규시즌 동안 볼 수 없었던 무명 선수가 플레이오프에 깜짝 등장해 놀랄만한 활약을 펼치니 안 궁금할 수가 없다.
봄 농구의 ‘신 스틸러’로 등극한 이는 바로 인천 전자랜드의 이대헌(27ㆍ197㎝)이다. 2015년 서울 SK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이대헌은 이듬해 트레이드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6~17시즌을 마친 뒤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한 다음 지난달 20일 전역했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자랜드 팬들 만큼은 그를 잊지 않고 ‘축 전랜 김수현 컴백’이라고 적힌 화환 띠를 전달하기도 했다.
살짝 배우 김수현 얼굴을 닮은 이대헌은 팀에 ‘별에서 온 그대’ 같은 존재였다. 동국대 재학시절부터 “밥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만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운동 중독인 그는 군 복무를 할 때도 시간만 나면 헬스장에서 살았다. 그 덕분에 탄탄한 근육질 몸을 만들었고, 전쟁터 같은 골 밑에서 어느 누구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 힘을 갖췄다. 또 군 입대 전 2시즌 동안 평균 득점이 2.4점에 그칠 정도로 공격에 소극적이었지만 상무에서 적극성을 기르고 슈팅력도 보완했다.
실제 창원 LG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상대 외국인 센터 제임스 메이스를 괴롭혔고, 3경기 평균 13분2초만 뛰고도 10점을 올렸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챔피언 결정전에선 ‘롤모델’인 함지훈을 꽁꽁 묶었다. 그 동안 현대모비스와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서 전자랜드는 함지훈을 당해낼 선수가 없어 1승5패로 열세를 보였지만 이대헌이 합류한 챔프전에선 첫 두 경기를 1승1패로 맞섰다. 둘의 매치업에서도 이대헌은 함지훈을 두 경기 평균 5점으로 막고, 공격에서 평균 12.5점을 넣어 우위를 점했다.
작은 키에도 ‘빅맨’으로 묵직한 플레이를 선보인 이대헌을 향해 팀 동료들도 신뢰를 보냈다. ‘대체 이대헌은 어느 별에서 온 거냐’는 질문에 동료 정효근은 “헬스장 별에서 몸 만들어 온 것 같다”면서 웃었다. 이대헌은 “고등학교 때 체격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는데, 몸의 변화가 느껴지니까 재미 있었다”며 “체력이나 몸싸움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함지훈을 봉쇄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선 “공을 잡으면 위협적인 선수라 공을 잡지 못하도록 몸싸움에 집중했다”며 “어떻게든 지치게 하려고 계속 부딪쳤다”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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