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해 자동차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는 바람에 중고차 시세가 하락했다면, 가해자 쪽 자동차 보험사의 약관과 관계없이 보험사가 이를 물어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를 당한 차주 박모씨가 가해차량 보험사인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수원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월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다 뒤따라오던 차량에 추돌사고를 당해 370여만원을 배상 받았다. 그는 이후 “사고로 인해 하락한 차량의 교환가치(중고차로 팔 때에 받을 수 있는 금액) 345만원을 추가 배상하라”고 요구했으나, 보험사에게 거절당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과 2심은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사고 당시 자동차 가액에서 수리비가 차지하는 비율 등에 비춰 볼 때,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정도의 교환가치 하락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도 ‘시세하락 손해에 대해서는 수리 비용이 자동차 거래가액의 20%를 초과하는 경우만 지급한다’고 규정한 보험약관을 근거로 “박씨 차량 수리비는 거래가액(2,950만원)의 12.8%로 보상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박씨 주장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약관조항은 보험자의 책임한도액을 정한 게 아니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DB손해보험이 보상해야 할 손해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해당 약관조항에서 정한 지급기준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며 “DB손해보험은 박씨에게 상법에 따라 교환가치 감소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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