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아이돌그룹 있지는 지난 2월 데뷔 앨범을 발표하면서 타이틀곡 ‘달라달라’ 뮤직비디오를 음원보다 42시간 먼저 유튜브에 공개했다. 소녀시대 출신 태연이 지난달 선보인 신곡 ‘사계’도 마찬가지였다. 뮤직비디오 공개가 음원보다 앞섰다. 아이돌그룹 엑소의 멤버 첸도 지난 1일 미니앨범 ‘사월, 그리고 꽃’을 발표하기 하루 전 타이틀 곡 ‘사월이 지나면 우리 헤어져요’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 등에 올렸다. 갓세븐의 유닛 저스투도 ‘포커스 온 미’ 뮤직비디오를 앨범 발매 전에 공개했다.
K팝에 뮤직비디오 우선 공개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전에는 곡 유출을 우려해 뮤직비디오를 주로 음원과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K팝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 팬이 접근 가능한 유튜브 등에 뮤직비디오를 먼저 공개해 신곡 흥행을 예측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먼저 공개된 뮤직비디오의 인기는 음원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있지의 ‘달라달라’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24시간 만에 조회수 1,400만건을 달성했다. ‘달라달라’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날 오후 앨범 발표 직후 벅스 등 여러 음원서비스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있지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데뷔 전 뮤직비디오를 먼저 공개해 국내는 물론 해외 팬에게도 있지가 어떤 음악을 하는 팀인지 알리려 했다”며 “음원을 공개했을 때도 팬들로부터 흡입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의도로 기획됐다”고 밝혔다.
기획사들은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도 하다. 조회수가 소속 아이돌을 세계에 알리는 주요 홍보수단이기 때문이다. 팬들의 호응도 크다. 블랙핑크가 지난 5일 공개한 ‘킬 디스 러브’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62시간 만에 조회수 1억건을 기록했다. 당시 세계 신기록이었던 이 수치는 불과 9일 만에 갈아치워졌다.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가 37시간 37분만에 블랙핑크의 기록을 깼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조회수 1억건을 기록하는 게 쉽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해외 팬이 많아지면서 속도전 양상이 되는 것 같다”며 “아이돌이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지표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원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이전에는 뮤직비디오가 먼저 공개되면 음원을 찾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K팝 아이돌 팬의 충성도가 높아지면서, 뮤직비디오와 음원 성적이 정비례 관계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유통사에서 음원 수익의 20~40%를 가져간다는 점도 기획사가 유튜브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한 대중음악 제작자는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가장 돈이 안 되는 것이 음원”이라며 “기획사 입장에서도 유튜브에 먼저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조회수를 끌어올리는 것이 오히려 수익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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