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폐기 불꽃서 시작 책임 명확
한전 80%ㆍ정부 20% 부담해야”
피해주민도 “끝까지 책임 물을 것”

축구장 980개가 넘는 산림 700㏊를 쑥대밭으로 만든 고성ㆍ속초 산불 원인을 한국전력공사가 제공했다며 피해보상에 나서라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속초시와 고성ㆍ인제ㆍ양양군 등 설악권 번영회 상생발전협의회는 16일 산불 최초 발화지점인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S주유소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한전의 사과와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한전 시설물인 전신주 개폐기에서 불꽃이 튀면서 대형산불로 이어졌기 때문에 한전은 책임은 명확하다”며 “그럼에도 한전은 피해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이물질이 날아와 불꽃을 일으켰다는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시령 중턱은 이맘때 강풍이 계속되고 작은 불씨 하나만 튀어도 대형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고지대임에도 평지와 같은 수준의 개폐기를 설치한 것만으로도 한전의 안전불감증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는 이날 한전이 주택복구를 비롯한 모든 피해액의 80%, 정부가 20%를 부담해 이재민들의 재기를 도울 것과 한전이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정부가 먼저 보상 한 뒤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주문했다.
정준화(51) 협의회장은 “보름 내에 한전 사장이 산불 피해현장에 내려와 사과하고 피해보상을 약속하지 않으면 대규모 궐기대회와 상경투쟁은 물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산불피해 주민들도 ‘고성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대위를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다. 비대위 명칭에 ‘한전’을 포함시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앞서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난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한전의 귀책사유가 인정되면 배상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전 강원지역본부 관계자는 “명확한 입장은 국과수 감식과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밝힐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경찰은 지난 4일 오후 7시17분쯤 불꽃이 일으킨 개폐기와 피뢰기(避雷器) 등 전봇대 전체를 뽑아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다. 당시 2만 2,900볼트 고압선과 개폐기를 연결하는 리드선 가운데 하나가 떨어져 나간 뒤 스파크를 일으켜 대형 산불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과 국과수는 리드선이 떨어진 이유가 단지 강풍 때문인지, 이물질을 포함한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인지, 관리 부실에 따른 것인지 등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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