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생기업 창업자 10명 중 8명은 40세 이상 중장년이다. 이들이 세운 기업의 5년 생존률은 20~30대 창업자보다 높다. 직장생활로 배운 기술과 노하우, 그 동안 형성된 인적ㆍ물적 네트워크가 창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최근 공개한 ‘2018년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기준 창업 7년 이내 신생기업 208만여 개의 창업자 연령을 분석한 결과 50대(33.5%)가 가장 많고, 이어 40대(32.9%), 60대 이상(17.9%), 30대(14.3%), 20대 이하(1.4%) 순이었다.
신생기업의 5년 생존률(2017년 기준)은 평균 27.5%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29.9%) 50대(30.6%) 60대 이상(27.5%) 창업자가 20대(16.2%)와 30대(25.8%) 청년 창업자보다 높았다. 중장년 창업은 식당, 편의점 등 진입장벽은 낮지만 시장이 이미 포화된 업종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생존률이 낮으리란 짐작과는 다른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중장년들이 청년층에 비해 오히려 창업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사업 아이디어는 젊은 세대들이 더 뛰어날 수 있지만, 중장년은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하며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터득했고 인맥도 넓게 형성돼 있어 사업 운영이 보다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경화 창업진흥원 창업기반본부 차장은 “창업은 단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획, 개발, 유통, 마케팅, 판매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중장년 창업자는 일련의 과정에서 안정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창업기업 업종은 대표적인 생계형 창업 부문으로 간주되는 도소매업(26.5%)과 숙박ㆍ음식점업(25.8%)이 절반을 넘었고, 제조업(8.9%), 개인 서비스업(7.8%), 운수업(6.5%) 등이 뒤를 이었다. 업력이 1년인 창업기업 중엔 숙박ㆍ음식업(31.3%)의 비중이 가장 높지만, 업력 7년인 창업기업 가운데 숙박ㆍ음식업 비율은 18.5%로 뚝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손쉽게 창업하는 만큼 폐업률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창업을 결심한 시점부터 실제 창업까지의 준비기간은 평균 10.4개월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숙박ㆍ음식점업이 8.5개월로 가장 짧았고, 금융ㆍ보험업(9.0개월), 사업서비스업(9.3개월) 등도 10개월이 채 안됐다. 도소매업은 10.6개월, 제조업은 11.2개월이었고, 농ㆍ임ㆍ어업(13.6개월) 부동산임대업(13.4개월) 전기ㆍ가스ㆍ수도(13.3개월) 운수업(13.1개월)은 준비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창업하기 전 관련 교육을 받은 경우는 17.9%에 불과했다.
창업 동기로는 ‘성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자발적 창업, 33.8%)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라는 응답(비자발적 창업, 25.7%)을 다소 앞섰다. 둘 다 해당되는 경우(복합적 창업)는 40.5%였다. 자발적 창업은 농ㆍ임ㆍ어업(56.9%), 전기ㆍ가스ㆍ수도(54.3%), 과학ㆍ기술(44.8%)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았고, 비자발적 창업은 숙박ㆍ음식점업(32.9%), 예술ㆍ스포츠ㆍ여가(30.1%), 도소매업(26.6%), 운수업(25.5%) 등에서 많았다.
창업 비용은 평균 3억2,935만원이었고, 연 매출 5억9,458만원, 영업이익 4,339만원(영업이익률 7.3%), 당기순이익 3,776만원(순이익률 6.4%)을 기록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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