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게 1마리 알 5만개… 큰 게 1마리 10만원 “로하스 수산식품단지는 부가가치 높이는 발판”
대게로 유명한 경북 영덕군의 이희진 군수는 누군가 대게 가격을 물으면 무조건 “한 마리 50억”이라 말한다. 이 군수의 계산 방식은 이렇다. 암컷 대게 한 마리가 품는 알의 수는 5만개다. 부화해 탈피를 거쳐 잡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면 한 마리에 적어도 10만원은 받을 수 있어 5만개에 10만원을 곱해 50억원이라는 것이다. 대게의 미래 가치까지 계산해 내놓은 가격이다.
그는 “인구 3만8,000명의 영덕에서 자연산 송이가 잘 팔릴 때는 한 해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며 “농어촌 자치단체들까지 기업 유치에만 혈안이 된 채 농ㆍ수산물이나 임산물을 등한시 하는데 잘만 가꾸면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더 많은 소득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진 군수는 영덕의 해양 및 수산 자원을 활용해 부자 어촌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는 지난 2015년 완공된 로하스 수산식품거점단지를 영덕지역 수산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인 생활방식을 뜻하는 ‘로하스’ 수산식품거점단지는 강구면 금호리 면적 약 1만1,300㎡에 수산식품지원센터와 물류 및 냉동창고, 공동가공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10개 업체는 제품 및 브랜드 개발과 유통, 마케팅, 홍보 등을 지원 받는다.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 업체는 대형 해초인 대황을 원료로 수분크림을 개발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홍게 조미료와 다시마 밥 등을 개발한 업체는 해외 마케팅 지원을 받아 중국 시장을 뚫는데 성공했다.
이 군수는 “영덕 어민들은 김을 생산하지 않지만 서해안 김에 대게를 가미해 ‘영덕 대게김’으로 잘 팔고 있다”며 “수산물을 1차 가공만 하지 않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해수욕장, 생산자는 제값에 수산물을 팔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바다시장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어자원 보호와 회복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이희진 군수는 “정확한 어획량이 집계되려면 모든 수산물이 경매를 거치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영덕을 대표하는 대게 등 수산자원이 남획되지 않도록 정부에 적극적인 단속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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