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결단 땐 남북미 회담 용의”… 대북특사 언급 안 해 신중한 접근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한 것이다. 특히 의전, 경호 등에서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대신, 지난해 5ㆍ26 정상회담처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회담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북미 모두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노딜’ 논란이 일고 있는 걸 의식한 듯 회담 결과에 대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제기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북미 간 대화의 동력을 되살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동맹 간 긴밀한 전략 대화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를 표명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했다”며 “또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대북특사 파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는 등 북한과 물밑 조율 문제에 대해선 신중하고 조심스런 접근법을 택했다.
전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북특사) 이슈를 포함해 대통령의 언급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 회의석상에선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이번 4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특사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먼저 들은 뒤 공개적인 언급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힌 ‘남한 오지랖’ 발언에 대해서도 발언을 삼갔다. 자칫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남측의 노력을 깎아 내리는 언사로 해석될 수 있음에도, 단어 하나 문구 하나에 일일이 의미를 두지 않고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시긴 하지만 그보단 큰 틀에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되는 게 우리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