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수산자원연구소 왕전복 개체수 늘리기 안간힘, 영덕서 1년간 4㎝키워 독도까지 가 방류
※동해가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어업 기술은 발전했지만 어자원이 급격히 줄면서 동해를 대표하던 명태는 자취를 감췄고, 오징어마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매주 한 차례 동해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어민 얘기를 통해 건강한 바다를 모색한다.
“이렇게 큰 전복 보셨습니까.”
16일 경북 영덕군 병곡면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소. 박무억 수산자원연구소 생산과장은 대중 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는 크기의 대형 수조에서 자랑하듯 독도산 왕전복을 꺼내 들었다. 이름이 ‘왕’인 전복답게 양 손바닥으로 떠받쳐야 들 수 있을 정도로 일반 전복과는 확연히 다른 몸집을 뽐내고 있었다. 위 아래 몸 길이가 20㎝가 넘을 정도니 시장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8~9㎝정도의 전복보다 4배 이상 커 보였다.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소는 동해안 어자원 조성을 위해 멸종 위기 수산물이나 어민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수산자원을 육성하고 연구하는 기관이다. 지난 2007년부터 독도해역 왕전복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독도 해역의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남획으로 왕전복이 멸종 위기에 놓인 탓이다.
박무억 생산과장은 “왕전복은 과거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많이 잡혔지만 이제는 독도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며 “왕전복을 보기 위해 제주도 등지 수산연구원들이 이곳 영덕까지 찾아올 정도”라고 말했다.
왕전복은 참전복을 비롯해 둥근전복과 말전복, 오분자기 등 국내 연안에 서식하는 5종의 전복 중에 가장 크다. 게다가 항암 물질 등 사람 몸에 좋은 영양성분도 다른 전복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에만 서식하는 해초 대황을 먹고 자라는데, 대황은 암 억제와 피부재생에 탁월한 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산자원연구소는 독도 왕전복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연구소 안에 ‘왕전복 모패 실험실’이라는 별도 연구실까지 갖췄다. 해마다 어민들이 잡은 왕전복을 받아 유전자 분석을 거친 뒤 100% 진짜 왕전복만 골라 수정시킨다. 그후 몸길이 4㎝정도로 키워 다시 바다로 뿌렸다. 울릉군 어민들은 지난 2014년 첫 수확을 했다. 하루 5㎏ 정도 채취했는데, 가격은 1㎏당 20만 원 정도로 일반 자연산 전복의 2배에 육박했다.
박무억 과장은 “엄청난 크기와 항암물질 등 탁월한 영양성분, 또 독도에서만 나온다는 희귀함에 가격이 높다”며 “독도 해역에는 일반 전복보다 훨씬 큰 둥근전복과 참전복도 많이 잡히는데 값비싼 왕전복이 단연 인기”라고 말했다.
수산자원연구소 연구원들은 해마다 5월 경북 포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를 간 뒤 다시 울릉군 어업지도선이나 울릉지역 어선을 빌려 독도까지 간다. 이어 독도의 서도 연안 수심 5~7m에 어린 왕전복을 1만~2만마리 정도 방류한다. 지금까지 독도 해역에 뿌린 어린 왕전복은 15만마리가 넘는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어린 왕전복을 방류하지 못했다. 어느 해는 암컷이 많고 다른 해는 수컷이 많아 성비 불균형으로 수정할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독도와 환경이 많이 다른 연구소 실험실에서 키우다 보니 몸길이 4㎝의 전복을 키우는데 1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올해도 어린 왕전복의 양이 많지 않고 크기도 충분치 않아 연말까지 방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수산자원연구소는 올해까지 최근 3년간 어린 왕전복 방류에는 실패했지만 현재 확보된 어미 왕전복 20마리로 복원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독도 영유권 확보를 위해서도 독도 왕전복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각오다.
박성환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소장은 “독도 왕전복 복원 사업은 독도의 자원 회복과 함께 우리 해양 영토에서 자라는 생물 종들의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독도영유권의 현실적 기본자료를 확보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개체 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독도 왕전복의 특성과 특이성분 함유 조사, 양식 생산까지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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