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다. 세포라는 오는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몰에 국내 첫 매장을 열고 국내 토종 화장품 편집숍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벤자민 뷔쇼 세포라 아시아 사장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며 “세포라가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국내외 뷰티 트렌드가 교류하는 통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15일 밝혔다.
세포라는 최근 헬스제품과 화장품을 함께 판매하는 ‘H&B’숍인 올리브영(CJ네트웍스), 랄라블라(GS리테일), 롭스(롯데쇼핑) 등의 유통 채널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높아진 관심을 간파하고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세포라는 신세계그룹 등 국내 유통 기업과 손잡고 국내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지난해 한국지사를 두고 단독 진출을 계획해왔다.
세포라의 국내 첫 매장은 547㎡(165평) 규모로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자리잡으며, 이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서울 내 온라인 스토어를 포함한 6개 매장, 2022년까지 13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또한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옴니 채널’을 통해 새로운 뷰티 경험도 선사할 예정이다. 세포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점 브랜드 및 자체 개발(PB) 브랜드도 ‘뷰티 공룡’이라는 별명에 맞게 다채로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포라의 장점 때문에 국내 H&B 숍들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34개국에 2,3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세포라의 노하우가 초기 시장 진입에 따른 위험부담 등 불리한 상황에서도 위기 대처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과 랄라블라 등 국내 토종 H&B 숍들은 “세포라와의 운영 방식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H&B 숍만의 차별점이 있다”며 세포라의 시장 진입 과정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세포라 역시 국내 H&B 숍들의 만만치 않은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올리브영’은 전국에 1,100여개 매장을 둔 ‘공룡’이다. 랄라블라도 170여개, 롭스도 120여개의 매장을 둬 수적인 규모 면에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또한 국내 H&B 등 대부분의 편집숍들이 세포라가 내세우는 ‘체험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이미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검증된 인기 제품들이 많아 세포라가 쉽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세포라의 한국 상륙으로 국내 H&B 시장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H&B 시장 규모는 2010년 2,000억원대에서 2017년 1조7,000억원대로 상승하면서 7년 새 8배 이상 성장했다.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면서 신세계그룹은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로 도전장을 냈고, 아모레퍼시픽은 단일 브랜드숍이었던 ‘아리따움’을 편집숍으로 전환해 전략을 짰다.
국내 H&B 시장을 개척한 올리브영 측은 “고가의 명품 화장품을 보유한 부분이 세포라의 강점이겠지만, 올리브영 역시 다양한 헬스 제품을 두고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며 “앞으로 헬스 제품들 더 보강하는 등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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