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中 일대일로 포럼 가는 길에 블라디보스토크서 金 만날 가능성… “징후 없어” 반론도
지난해 가을부터 줄곧 불거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또다시 제기됐다. 다음주 24일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날 것이라는 구체적 일정도 거론됐다. 오랫동안 뜸들인 만큼 북러 정상회담은 당장 열려도 이상할 게 없지만, 현 시점과 장소가 과연 적절한지를 놓고 반론도 만만치 않아 아직은 유동적이다.
이달 26, 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이 확정되면서 북러 정상회담설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모스크바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도중 북한과 맞닿은 극동지역에서 김 위원장과 사상 첫 정상회담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앞서 지난해 5월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이나 이후 언제라도 방문해 달라”며 김 위원장을 초청한바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북러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해주의 주도다.
특히 김 위원장의 ‘집사’로 불리며 정상회담 의전을 도맡아온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달 19~25일 러시아를 다녀간 것과 맞물려 방러 가능성이 증폭됐다. 김 부장은 베이징을 거쳐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여러 차례 방문한 뒤, 올 때는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평양으로 돌아갔다. 이어 이달 1일에는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장관이 평양을 다녀왔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지난 5일 “러시아는 (방러와 관련) 구체적 제안을 했고 이 문제가 여전히 협의 단계에 있다”며 “이미 1년 동안 논의돼 아직 장소와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티토프 러시아 외무부 제1차관은 15일 조현 외교부 제1차관과의 회담에서 북러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황상 여건은 마련됐지만, 김 위원장 방러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 정부 소식통은 15일 “1, 2주안에 김 위원장이 국경을 넘는다면 이미 주민 통제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김창선의 방러나 러시아 내무장관 방북 모두 시기를 확정하기 보다는 회담할 만한 상황인지 여부를 가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2011년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특별열차를 타고 왕복 닷새가 걸려 3,200㎞ 떨어진 극동 울란우데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과 맞서기 위해 러시아의 협조가 절실한 상태다. 반면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사태 등으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어 적극 나서기 어려운 처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해 9월 동방경제포럼 때와 달리 지금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받아들이기에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일단 일대일로 포럼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북한 문제를 먼저 논의한 뒤 북러 회담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담 장소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가 아닌 블라디보스토크가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러 관계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신호를 보내기에 블라디보스토크는 약하다”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하려면 모스크바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1년 첫 러시아 방문 당시 기차를 타고 일주일간 모스크바로 향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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