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추석까지 당지지율 10% 못 미치면 사퇴”
바른정당계 인사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5일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바른정당 출신인 당내 최다선(5선)인 정병국 의원에게 혁신위원회 구성을 맡기는 나름의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바른정당계는 ‘대표 사퇴’가 전제라며 거부하고 있어 양측간 대치 국면이 계속될 전망이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하태경ㆍ권은희ㆍ이준석 최고위원 3인이 불참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바른정당계 일각에서 “자리지키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듯 “제가 자리 보전을 위해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건 손학규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3명의 최고위원을 향해 “최고위를 의도적으로 무산시켜 당무를 방해하는 행동,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을 하는 행위 등을 당대표로서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해당행위로 간주하고 응분의 책임 물을 것을 단호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절충안도 제시했다. 그는 “오늘로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이 무엇과 싸우려 하는지, 누구를 대변하려 하는지, 어떤 정치를 하려는지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며 “이 일을 정병국 의원에게 부탁한다. 혁신위원회건, 제2창당위원회건 이름은 뭘 써도 좋으니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추석 때까지는 제3지대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며 “그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세 최고위원의 ‘즉각 퇴진’ 요구에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바른정당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무 거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청와대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마산이나 상도동에 칩거하는 등 자주 있던 저항의 수단”이라며 “최고위원이 회의에 가지 않고 당무를 거부하는 정도는 당연히 권한의 범주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 시절 정계에 발탁된 손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당무 거부를 비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한 셈이다. 하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상황 인식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당무복귀는 없다고 못박았다.
혁신위원장직을 제안 받은 정 의원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통화에서 “당 지도부조차 하나 되지 못하고 있는데 혁신이 가능하겠나”라며 “최고위에서 합의해 정식으로 제안한다면 그때 결정하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내놓았다. 지금처럼 세 최고위원이 당무를 거부하는 이상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완곡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손 대표의 사실상 ‘최후 통첩’에도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의 인선이 강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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