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고 명절로 치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15일ㆍ태양절)을 차분하게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열병식을 열어 신무기를 공개하거나 핵 무력을 과시하는 등 대외적으로 강경한 모습을 연출하는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 노선을 강조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은 15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탄생 107돐(돌) 경축 중앙보고대회 진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태양절 기념 중앙보고대회에 대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김 주석의 ‘특출한 업적’으로 김정은 위원장 계승을 거론하며 “원수님(김정은)께 운명과 미래를 전적으로 의탁하고 원수님의 영도를 따라 끝까지 나아가려는 억척불변의 신념을 심장 깊이 간직해야 한다”며 “최고 영도자 동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철저히 확립”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주석 생일과 김 위원장 재선을 축하하는 국외 친북 단체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중앙상임위원회와 재중조선인총연합회 등의 축하문을 소개하고 김 위원장을 칭송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집권 2기 체제를 함께할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태양절에 즈음하여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올해는 ‘0’이나 ‘5’로 꺾어지는 해(정주년)가 아니라 열병식 등의 무력 시위 동향도 없어 보인다.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후 북한은 태양절 전후로 무력 도발을 벌이곤 했다. 2016년 태양절에는 무수단 계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2017년에는 태양절 당일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뒤 두 차례 시험 발사했다. 다만, 지난해 4ㆍ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력 시위는 없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열린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열병식 동향에 대한 질문에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답변해 당분간 북한의 무력 시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오히려 태양절을 앞두고 11~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강조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의 구호’를 앞세워 내년까지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를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설을 냈고, 농업ㆍ제조업 분야 간부와 근로자들의 경제과업 수행 각오를 소개하는 별도 기사도 보도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