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공급률 편차 최대 24배
“인구 37만명의 시 단위에 아파트형 공공임대주택이 한 채도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사는 김모(38)씨의 하소연이다. 광주시는 2020년 12월이나 돼야 광주역 개발구역에 500가구의 첫 아파트형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이 들어선다. 김씨는 “주거비 때문에 성남이나 하남 쪽 임대주택을 노려봤지만 거주자 우선순위에 밀려 번번히 떨어졌다”면서 “부자도시에는 아파트형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계속 들어서고, 가난한 지자체에는 임대주택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주거여건이 열악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시ㆍ군별로 서민들의 안정적인 주거 수단인 임대주택의 공급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018년 12월 현재 경기도내에는 화성 3만3,422호, 수원 3만1,585호, 성남 2만9,223호 등 총 37만9,135호(경기도시공사 공급량 제외)의 공공임대주택이 있지만 지역별 공급률 편차가 최대 24배나 난다. 하남시는 관내 임차가구수가 2만9,104가구인데 비해 공공임대주택은 1만3,996호에 달해 공급률이 무려 48%에 달했다. 통계상 두 가구 중 한 가구는 저렴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바로 이웃한 광주시는 세입자 4만3,616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은 2,299호에 불과, 5.2%의 공급률을 보였다. 광주의 공공임대는 대부분 기존 주택을 매입한 ‘매입임대형’이다. 특히 과천시는 세입자 1만3,529가구에 공공임대는 295호에 불과, 공급률 2.1%로 하남시의 24분의 1에 불과했다.
경기도내 시군별 공공임대주택 공급률은 하남시를 비롯해 양주시(47.1%) 파주시(37.9%) 김포시(35.9%) 등 6곳이 30%를 웃돌아 선진국 수준인 10%를 훨씬 상회한 반면, 과천시를 비롯한 양평군(4.5%) 광주시(5.2%) 이천시(6.6%) 등 8곳은 전국 평균수준(9%)이거나 한참 밑돌았다.
이 같이 지역 편차가 발생하는 것은 정부가 지역 균형을 고려한 종합계획 없이 택지개발을 통한 임대주택의 총량 공급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공임대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민간 참여를 통한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태섭 선임연구원은 “LH를 중심으로 한 택지개발 위주의 공공임대주택은 지역 편차 및 만성적인 수급 불균형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면서 “실수요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시군에 수요조사 권한을 분산하고 민간 참여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 장기 공공임대는 전체주택의 6.3% 수준으로 전체 임차가구의 75%가 민간 전월세에 거주하고 있다”면서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위해서는 시군 단위 최소 10%를 목표로 과소공급지역에 우선 공급계획을 마련하고, 현행 민간 임대주택촉진지구 지정권자를 시군ㆍ구청장으로 확대해 민간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임대 후 분양아파트의 분양가 산정 마찰, 표준건축비 억제로 공급능력 부족, 최근 불거진 임대아파트 부실시공, 특혜의혹 등으로 민간임대아파트 공급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특히 시군구 단체장들은 촉진지구 지정권한이 없고 막대한 예산을 부담할 수가 없어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신동헌 광주시장은 “임대아파트 수요는 많지만 권한도 예산도 없다”면서 “민간임대아파트라도 들어서면 좋겠지만 강제력이 없어 권고하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도도 LH를 쳐다보기는 마찬가지다. 2022년까지 공공임대 20만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제 경기도시공사분은 4만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LH의 공급계획을 반영한 것이다. 도는 이에 따라 민간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임대주택촉진지구 지정에 뒤따르는 용적률 증가 상당부분을 기부채납 받는 내용의 내부지침을 독자적으로 마련했다. 특혜시비를 없애고 공공성을 확보한 만큼 민간임대 허가에 따른 마찰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도는 서민의 주거안정과 보편적 주거복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지역 편차를 해소하고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임대를 포함해 다양한 확대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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