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신규출원 중 10%정도만 함께 출원 수출기업들 분쟁위험 노출 우려
우리나라 특허의 해외출원율이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는 해외 현지에 출원하지 않으면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국내출원 특허의 90%가량이 해외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셈이다.
15일 특허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5년간 국내 신규 특허출원건수는 77만9,005건으로 이 가운데 해외에도 함께 출원된 특허는 11.4%인 8만9034건이었다.
2015년의 경우 16만1,698건 중 11.7%인 1만8,942건이었다. 출원주체별로는 대기업이 36.8%인 반면 연구기관 12.3%, 대학 4.5%, 중소기업은 4.3%에 불과했다. 대기업은 3만5,893건을 국내 출원하고 이 중 1만3,216건을 해외에 출원했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많은 4만4,258건을 국내에 출원했지만 해외출원은 1,900건에 그쳤다.
제품별로는 수출품목 1위인 전기ㆍ전자제품 분야의 해외출원율은 18.6%인 반면 수출 2위인 수송장비는 9.6%, 3위인 기계류ㆍ정밀기기 11.9%으로 나타났다. 이어 화공품 10%, 철강제품 4.6%, 원료ㆍ연료 6%로 제품별 편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특허출원이 활발한 식료ㆍ직접소비재 분야는 국내출원의 1.6%만 외국에 출원되고 있어 해외에서 우리 기업 특허를 침해하는 제품이 출시돼도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특허청은 지적했다.
해외출원 지역도 미국 중국 등 기존시장 중심이어서 인도, 아세안 등 신남방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특허준비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출원의 미국편중 현상은 주요 수출경쟁국 중 한국이 52.9%로 가장 심하고 중국 51.7%, 일본 43.3%, 독일 30.7% 순이었다.
반면 인도, 베트남 등 7개 주요 신흥국에 대한 해외출원 비중은 한국이 5.6%로 가장 낮고 미국이 16.6%로 주요 수출경쟁국 중 가장 높았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국가에서 중국보다 특허출원이 적어 앞으로 본격화할 신남방시장에서의 기술경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불확실한 신시장에서의 특허출원에 유리한 특허협력조약(PCT) 국제출원 활용도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PCT국제출원은 일단 저렴하게 출원하고 30개월 안에 외국 현지출원여부를 결정해도 되는 장점이 있어 보통 여러 국가에 출원을 준비하는 경우 활용할 수 있다고 특허청은 설명했다.
특허청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6월까지 ‘해외특허 경쟁력 강화 종합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주요 기업의 특허책임자들과 해외특허 미진 원인을 분석하고 출원인 유형이나 국가별 시장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구축하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이제는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저가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세계수준의 특허기술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특허로 보호받으면서 해외시장에 진출하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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