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가 2009년 정한 기념일 ‘자전거의 날’은 4월 22일이다. 4대강 사업의 실상을 감추고 악화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천변마다 자전거 길을 닦고 직접 자전거를 타기도 하던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다. 한 영민한 관료의 영악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일이겠지만, 그날은 환경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동의한 ‘지구의 날’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비자금 횡령 및 뇌물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형편이어서 어떻게 ‘기념’될지 알 수 없지만, 설사 그런다 하더라도 이 날은 씁쓰레한 사연들과 더불어 기억되고 기념돼야 할 것이다. 유엔이 지정한 세계 자전거의 날은 6월 3일이다.
1960, 70년대 히피 시대를 경험한, 나이 든 서구인들에게 ‘자전거의 날(Bicycle Day)’은 4월 19일이고, 환경과는 무관한 날이다. 1943년 4월 19일, LSD를 합성한 스위스 의사 겸 화학자 알베르 호프만(Albert Hofmannㆍ1906~2008)이 인류 최초로 환각성 마약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ㆍ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를 의도적으로 섭취해 환각을 경험했다.
5년 전인 1938년 호프만이 맥각균 추출 물질로 합성한 LSD는 부작용 없는 혈액순환 촉진제 후보 물질이었다. 효능이 시원찮아 방치했던 그 물질을, 다른 목적으로 재합성하던 도중 부주의로 손끝이나 입을 통해 미량을 섭취한 뒤 특별한 환각 경험을 하게 됐다. 그게 43년 4월 16일이었다. 그리고 사흘 뒤인 4월 19일 그는 LSD 250㎍을 실험 의도로 섭취했다. 그런 뒤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면서, 사흘 전과 같은 환각- 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변화무쌍한 색채감과 극도의 희열감, 혹은 공포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LSD는 60년대 중반 제조ㆍ판매ㆍ투약 등이 규제될 때까지, 유희와 신경증 등 정신질환 치료 및 말기암 등의 진통제로 널리 쓰였다. 법이 금하고 베트남전쟁이 끝난 뒤로도 제도와 관습에 억눌린 영혼을 해방시켜 주는 기적과 마법의 약으로 불렸다. 그런 이들이 자전거의 날을 기념했고, 거기서 유래가 돼 ‘환각체험(Acid Trip)’ 같은 자전거 관련 용어들이 그들만의 은어 혹은 상징처럼 지금도 통용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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