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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고립무원 야당’ 조은희 서초구청장 “생활행정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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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고립무원 야당’ 조은희 서초구청장 “생활행정으로 승부”

입력
2019.04.16 04:40
수정
2019.04.16 09: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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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일 야당 구청장으로서 어려움… 주민 믿고 생활행정에 집중할 것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11일 서초구청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외로워도 슬퍼도 꿋꿋이 이겨내는 캔디처럼, 이념을 넘어선 생활행정으로, 서초에 산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11일 서초구청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외로워도 슬퍼도 꿋꿋이 이겨내는 캔디처럼, 이념을 넘어선 생활행정으로, 서초에 산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이념을 넘어선 생활밀착 행정의 기적으로 여야 구분 없이 능력을 인정받겠다.”

조은희(58) 서울 서초구청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생활행정의 달인이다. 거창한 내용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살피는 정성을 쏟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를 ‘함께 맞는 비’라고 했다. 그가 역설한 생활행정의 힘은 한국일보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실시한 ‘2019년도 전국지방자치단체평가’ 결과로도 나타났다. 서초구는 전국 69개 자치구 중 종합 1위를 거머쥐었다. 주민평가(설문조사)에서도 2년 연속 1위를 했다.

그런 그가 요즘 졸지에 만화 캐릭터 ‘캔디’가 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무소속)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채널에서 조 청장을 캔디에 빗대며 비(非)여당 지자체장으로서 동병상련을 드러내 화제가 되면서다.

조 청장은 1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서울시에서 찬바람이 쌩쌩 분다. 제가 말을 안 듣는다고 조은희가 ‘조연희(조은희+신연희)’가 됐다는 얘기가 돈다”며 서울 시내 유일한 야당(자유한국당) 구청장으로서의 외로움을 털어놨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사사건건 각을 세웠던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에 조 청장을 빗댄 말을 만들 정도로 서울시가 ‘조은희 길들이기’ 중이라는 주장이다. 다음은 조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유일한 야당 구청장으로 어려움은 없나. 서울시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1988년 강남구에서 분구한 이후 선출직 시의원 4명 모두가 여당 소속인 적은 처음이다. 여당의 숲에 둘러싸인 고립된 섬이다. 서울시가 올해 1월 기술직 공무원 통합인사에서 서초구만 제외했다. 지난해 12월 우리 구에서 2명 정원인 4급 기술직 한 자리를 행정직으로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을 하다 보니 기술직 4급에 두 자리씩이나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우면동이 어디냐’고 할 정도로 구 사정을 잘 모르는 인사가 ‘왔다가 가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는 생활행정을 하기 어렵다. 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직원으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당연히 생긴다. 앞서 구로구도 진통 끝에 기술직 4급 한 자리를 없앴다. 그런데 시는 구로구는 그냥 두고 서초구만 이를 빌미로 통합인사에서 제외한 거다. 이혼을 해도 숙려기간이 있는데 협의회도 한 차례 없이 우리 구만 제외해서 충격을 받았다. 상황이 이러니 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이 이뤄진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 않나. 그래도 주민을 믿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어 시와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

(반면 서울시는 기술직은 시ㆍ구 통합인사를 하고 있으며, 서초구가 기술직 4급이 있는데도 행정직을 추가로 승진시키고 기존 기술직은 산하기관으로 보내는 등 인사협약을 일방적으로 깨버렸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추진에 상당히 의욕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는 사실상 반대 입장인데 현재 추진 과정을 설명해 달라.

“서울시는 동부ㆍ서부 간선도로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해 인천과 의정부로부터의 접근은 허용하면서도 부산에서 들어오는 경부고속도로만 외면하고 있다. 강남3구와 비강남을 나누는 이분법적 행정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도로 지하화는 전 세계적 추세다. 시가 서울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는 거시적 안목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서초구가 당면한 현안과 해결 방안은.

“미세먼지에 대해 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하려고 한다. 버스정류장의 칼바람을 막아주던 한파대피소 ‘서리풀이글루’ 60곳을 철거하지 않고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미세먼지 대피소’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미세먼지 걱정 없는 버스정류장 ‘서초 스마트 에코셸터’도 2곳 시범 운영 중이다. 미세먼지 저감 필터를 갖춘 냉ㆍ난방기와 공기정화 식물 등으로 내부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한다. 실제로 바깥보다 3분의 1 정도 미세먼지가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 앞으로 32곳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재선 구청장으로서 지난 민선 6기 성과는.

“그동안 풀지 못했던 숙원사업을 많이 해결하면서 ‘일 잘하는 구청장’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37년간 풀리지 않던 정보사 부지에 서리풀 터널이 오는 22일 개통하게 된 게 대표적이다. 그간 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국방부와 문화 공간을 넣으려는 서초구의 입장이 다른 데다 부지 개발과 터널 문제가 묶여 있어 해결이 어려웠다. 발상을 전환해 터널 착공과 부지 활용 문제를 떼어내는 ‘투 트랙 구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사업비 1,506억원은 전액 시비로, 착공한 지 3년 6개월 만에 완공하게 됐다.)“

그래픽뉴스부 박구원 기자.
그래픽뉴스부 박구원 기자.

-다른 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한 서초구의 생활밀착 행정 사례가 많다.

“여름 땡볕 아래 신호등을 기다리는 주민들을 위한 마음에서 ‘서리풀원두막’이란 아이디어가 나왔다. 처음에는 시가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못하게 했다. 결국 그 규정이 바뀌었다. 전국 그늘막의 롤모델이 됐다. 낮 시간 비어 있는 ‘주차장 공유 사업’과 출산 가정에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 관리사를 파견하는 ‘서초형 산모돌보미’도 시 전체로 확대 시행 중이다.”

진행=한창만 지역사회부장

정리=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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