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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급여, 부양가족 있어도 자기 집이라도 지원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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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급여, 부양가족 있어도 자기 집이라도 지원 받을 수 있어요

입력
2019.04.17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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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중위소득 44% 이하면 신청 가능 

 LH 주택조사 현장 방문 거쳐 

 개보수 비용 지원 받을 수 있어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LH 조사원이 주거급여를 안내하고 있다. LH 제공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LH 조사원이 주거급여를 안내하고 있다. LH 제공

# 지난해 여름 서울 종로구에 사는 정말순 할머니(82ㆍ가명)는 시름이 깊었다. 비좁기는 해도 늙은 한 몸 누일 수 있었던 단칸방의 15만원 월세를 더 이상 부담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정말순 할머니는 젊은 시절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시장 한 구석에서 좌판 장사를 하며 어렵사리 세 아이를 길러냈다. 그러나 장남은 40대에 사고로 사망했고 차남은 언제부터인가 연락도 잘 되지 않았다. 막내딸만 간간이 연락하고 지내는데 지방에 떨어져 살아 자주 보지도 못했다.

그동안은 할머니 혼자 새벽에 나가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활해 왔지만 나이 팔십이 넘어가면서 아프지 않은 날이 없어 이제는 그마저도 할 수가 없게 됐다. 마땅한 벌이도, 도와줄 사람도 없는 정 할머니에게 매달 내야 하는 15만원이라는 돈은 천금과 같은 금액이었다.

정 할머니는 이러다가 월세가 밀리기라도 해서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나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에 주민센터로 향했지만 담당 직원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할머니처럼 어려운 분들을 나라에서 수급자로 선정해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할머니는 서류상 자제 분들이 있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겨울이 지나고 올해 봄이 될 때까지 정 할머니는 몇 달이나 월세를 내지 못했고, 집주인은 밀린 월세를 내지 않을 거면 집을 비워 달라고 독촉하기 시작했다.

# 충북 옥천군에 사는 윤이(가명)는 올해 일곱 살이다. 엄마는 재작년에 아빠와 크게 싸운 후 집을 나갔다. 장애가 있어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 아빠는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며 윤이를 키우기는 하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이네 집은 자가이기는 해도 지은 지 40년이 다 돼서 집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벽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고, 비가 조금만 와도 천장에서는 물이 샌다. 환기도 제대로 안돼 벽지는 온통 곰팡이 투성이고, 악취도 심하다. 부엌은 너무 좁고 낡아서 밥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진이 빠질 지경이다. 무엇보다 어린 윤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건 바로 화장실이다. 집 밖에 허물어져 가는 화장실은 냄새 때문에 문 열기도 힘든 재래식이다.

윤이는 곰팡이와 습기 때문에 감기와 비염을 달고 산다. 밤마다 곰팡이가 내려앉은 이불을 윤이에게 덮어 주면서 아빠는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내년에는 학교에 가야 할 텐데 엄마도 없이 아빠랑 둘이 이런 집에서 산다고 놀림이나 받지 않을까? 혹시 이런 환경에서 자라다가 더 큰 병이라도 걸리게 되는 건 아닐까? 아빠는 잠든 윤이를 볼 때마다 그냥 윤이가 화장실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생각한다.

정 할머니처럼 먹고 사는 게 빠듯해 월세를 내기 힘든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도 다양하다. 그중 자녀, 사위, 며느리 등 소위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함에도 정부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대표적이다. 이럴 때 눈여겨봐야 하는 것이 바로 ‘주거급여제도’이다.

주거급여제도는 과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속해 있던 급여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생계급여 등과 함께 일괄로 지급되던 급여였지만, 대상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를 넘어서게 되면 급여가 일시에 중지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5년부터 별도의 급여체계로 독립했다. 특히 2018년 10월부터는 부양 의무자 기준도 폐지돼 부양의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유무와 관계 없이 대상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44% 이하일 경우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주택 수선유지급여를 통해 지붕을 개량한 주택의 전후 모습. LH 제공
주택 수선유지급여를 통해 지붕을 개량한 주택의 전후 모습. LH 제공

 ◇부양의무자 있어도 주거급여 지원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이와 같은 주거급여제도 개편에 따라 정말순 할머니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주거급여제도 중 ‘임차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임대차계약서가 없거나 실제 임차료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거급여 지급이 불가능하지만 다행히 할머니는 임대인과 작성한 임대차계약서를 갖고 있었고, 비록 몇 달 밀리기는 했어도 정해진 임차료를 실제로 납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정 할머니는 서울에 거주하는 1인가구로 특별한 소득이나 재산이 없었기 때문에 주거급여 수급자 선정기준(1인가구는 월 소득인정액 75만1,084원 이하)에도 맞았다.

정 할머니가 주거급여 수급자로 최종 결정되면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과 가구원 수 등에 따른 ‘기준임대료’를 상한으로 한 실제 임차료를 지급받게 된다. 1급지인 서울에서 1인가구는 월 23만3,000원을 상한으로 임차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낡은 집에서 곰팡이와 습기에 노출된 채 생활해야 했던 윤이네는 어떨까. 윤이네는 정 할머니와 같은 임차가구가 아닌 집을 소유하고 있는 자가가구이기 때문에 임차료를 지원받는 대신 ‘수선유지급여’라 불리는 주택 개보수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수선유지급여도 임차급여와 마찬가지로 부양의무자의 소득이나 재산과 상관없이 대상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44% 이하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윤이 아빠는 이웃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www.bokjiro.go.kr)으로 주거급여를 신청했다. 윤이네가 수선유지급여 대상자로 최종 선정될 경우, 윤이네는 주택의 노후도와 소득인정액에 따라 주택 개보수 비용을 지급받게 된다. 주택 개보수 비용은 수선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대ㆍ중ㆍ경보수로 나뉘고 각 범위별로 지원 가능한 수선비용과 내용이 정해져 있어 그 금액을 상한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주거급여선정기준-박구원 기자
주거급여선정기준-박구원 기자
임차급여월상한액-박구원 기자
임차급여월상한액-박구원 기자
수선유지급여상한액-박구원 기자
수선유지급여상한액-박구원 기자

 ◇급여대상 아니어도 임대주택 우선입주 가능 

정 할머니나 윤이네처럼 주거급여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신청자가 주민센터에 주거급여를 신청하고 나면 신청자의 소득, 재산조사와 함께 거주하는 주택에 대한 현장조사도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주택조사는 지자체가 아닌 주택조사 전담기관인 LH에서 진행한다는 사실이다. 간혹 주택조사를 거부하는 신청자들이 있는데 이럴 경우 주거급여 수급이 불가능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택조사 요청에 응해야 한다.

정 할머니와 윤이네 집에도 LH 주거급여 현장 조사원들이 방문해 주택조사를 진행했다. 임차급여를 신청한 정 할머니 집을 방문한 조사원들은 주택의 임대차계약서와 실제 신청자가 이 집에 거주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주택의 유형이나 환경은 어떠한지 등 주택 현황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도 체크했다. 또 개보수 공사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주택의 구조 안정성이나 단열 등 물리적인 상태에 대한 확인도 이뤄졌다.

LH에서 조사한 이러한 내용들은 지자체로 전달돼 지자체에서 확인한 신청자의 소득, 재산 조사결과 등과 함께 주거급여 수급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된다. 대상자로 확정되면 LH가 주택 개보수에 나선다.

다만 임차급여는 신청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 금액을 초과할 경우 자기부담분이 발생할 수 있고, 임대차계약서가 없거나 있더라도 실제 임차료가 없는 경우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수선유지급여도 신청가구가 컨테이너나 움막 등 비(非)주택에 거주하거나, 거주지가 구조 안정상 심각한 결함이 있어 거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급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도 신청가구는 영구임대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 등 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국토교통부 주거급여 콜센터(1600-0777)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며, 마이홈 포털(www.myhome.go.kr)을 통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자가진단도 가능하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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