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북콘서트 열어…“올곧게 나아가 진실 알릴 것”
“젊은 분들, 불합리한 일 당해도 스스로 너무 탓하지 않았으면”
“고발을 왜 하느냐고 질문을 많이 받는데, 과거의 저를 돌아볼 때 창피하고 싶지 않아서요.”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목격자인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저서 ‘13번째 증언’ 북콘서트를 열었다.
윤씨는 “왜 이제서야 (증언을) 하느냐, 무언가 이익을 추구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는데, 사실 지난 10년간 13번의 증언을 마쳤다”며 “지난 10년은 솔직히 한탄스러운 적이 많았고 외면되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늦게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는 섣불리 나서기 너무 위험했다”며 “13번 증언을 못할 것 같았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언니와 여러분이 지켜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용기를 내 책을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책을 쓴 배경에 대해선 “오래 살며 시집도 가고 싶고 아이도 낳아서 엄마가 되고 싶다”며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자녀를 양육할 때 ‘엄마가 이렇게 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고발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곁에 있는 사람들이 떠나는 과정을 예상하는 것이었다”며 “(고발하겠다고 결심한 건) 사람으로서 해야 됐기 때문에 했던 것이고, 스스로 삶에서 창피하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강조했다.
윤씨의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들에게 “저를 질타하고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분들에게도 감사하다. 그분들 덕분에 더 올곧게 나아가서 언젠가 (그분들도) 진실을 알아 주실거란 마음으로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윤씨는 성상납 제안을 받은 것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라고 꼽았다. 그는 “저는 성상납을 한번도 한 적이 없지만 그런 제안을 들었다는 게 살면서 가장 수치스러웠던 기억”이라며 “10년 넘게 연기만 하고 싶었던 앤데, 그게 좌절되면서 무너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너무 불합리한 일, 억울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본인 스스로를 탓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윤씨는 곧 부모님이 살고 있는 캐나다로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게 엄마다. 편찮으신데 아무래도 마음의 병이 생긴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이날 북콘서트에는 박창일 신부와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등이 참석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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