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 북미 정상회담 어렵다 전망도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유일 지도체제’로 굳게 자리잡았다고 평가하고, 올 상반기 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김정은 국가수반?’이라는 글을 올려 지난 한 주 간 북한의 정세를 분석하고 북미 정상회담 관련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등 일련의 정치 이벤트와 한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한반도 분단 70여년 역사에서 같은 시간대에 미국, 한국, 북한 정상들이 저마다 한반도 정세흐름을 주도해 보려고 나선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만큼 서로 밀리지 않겠다는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총평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북한을 정상국가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정치구조개편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올해 상반년안에는 정상회담들이 열리기 힘들게되어 있고 대남라인이나 대미외교라인의 협상 폭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번 북한 인사변동을 통해 북한은 ‘김정은 유일지도체제’로 더욱 굳게 자리 잡았다 △향후 북한경제에서 군수공업의 비중이 낮아질 것 등 4가지 범주로 북한을 분석했다.
그는 이번 최고인민회의 둘째날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한 것을 두고 “마치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대통령으로 간접 선거된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연설을 하는 모습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북한에선 수령이 대의원직을 가진 뒤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수뇌직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첫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대의원들이 모여 김 위원장을 선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도 국가수반(정상)을 국회에서 간접적으로 선거하는 간접선거제에 기초한 정상국가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을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국무위원장직이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것으로 헌법이 수정된 것으로 추측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실시된 북한 인사로 김 위원장의 ‘1인 절대권력구조’가 더욱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서 권력은 서열순위가 아니라 해당 인물에게 ‘간부권(인사권), 표창권, 책벌권 이라는 3가지 권한’이 있는가와 ‘수령에 대한 접근성’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정해진다”며 “(2인자로 지목된) 최룡해 신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의 모든 실정을 장악통제하는 당 조직지도부 청사를 떠나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외국사절외에는 별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청사로 이사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빠졌다”하고 판단했다. 대신 “이번에 당 부위원장으로 올라 앉은 리만건이 당조직지도부를 이끌 것이며 아마 실권은 김정은을 측근 거리에서 보좌하는 조용원 제1부부장에게 많이 쏠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앞으로 대남사업은 김영철의 통일전선부가, 대미 사업은 외무성이 전담해 분업이 명백해진 것 같다고 봤다.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선 올해 상반기 내에는 힘들고, 실무진의 협상 폭도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관측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재개의 조건을 너무 높이, 명백하게, 그것도 공개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며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의 요구에 맞게 좀 변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사전에 인지되어야 김정은도 정상회담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대남라인이든 대미외교라인이든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실무진의 협상폭이 한동안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개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현재 흐름을 알린 만큼, 섣불리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풀이다.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북한이 군수 공업에 투입됐던 자원을 민수 측으로 돌리는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현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많이 돌아서고 있으며 김 위원장도 북한 통제의 한계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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