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영웅 한번 되자”… LG전 8이닝 무실점 스윕패 위기 막아내
두산 우완 선발 이영하(22)가 ‘잠실 라이벌전’에서 팀의 자존심을 살렸다.
이영하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난 2경기에서 2점으로 꽉 막혔던 팀 타선도 모처럼 화끈하게 터져 8-0 영봉승을 거두고 주말 3연전 싹쓸이 패배를 막았다.
지난 시즌 데뷔 후 첫 10승을 올렸던 이영하는 이날 선발 전환 후 가장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최고 시속 147㎞ 직구에 위력적인 포크볼을 섞어 던져 LG 타선을 묶고 시즌 2승째를 챙겼다. 8회말까지 96개를 던져 개인 첫 완봉승까지 기대할 수도 있었지만 두산 벤치는 9회말에 좌완 이현호를 올려 경기를 끝냈다. 이영하의 8이닝은 개인 최다 소화 이닝이다. 또 지난해 8월16일 잠실 히어로즈전부터 이어온 개인 연승 행진을 7경기로 늘렸다.
사실 이영하에게 이번 등판은 부담스러운 한판이었다. 지난해 15승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LG한테 이번 시즌 첫 3연전에서 2경기 만에 2패를 당했다. 또 주축 타자들의 긴 침묵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3연전 마지막 날 오전 비가 내려 두산은 한 템포 쉬어가길 원했을 수도 있지만 이영하만큼은 정상적인 경기 진행을 바랐다.
지난해 거둔 10승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승을 LG전에서 수확한 그는 팀이 스윕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영웅 한번 되자”고 마음 속으로 주문했다. 경기 개시를 앞두고 비가 그쳐 예정대로 마운드에 올랐고, 8이닝을 큰 위기 없이 무실점으로 책임져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이영하가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하게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이영하는 “항상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는 말만 했는데 진짜로 길게 던질 수 있어 뿌듯하다”며 “투수코치님이 (8회말 종료 후) ‘그만 던지자’고 얘기할 때 ‘더 던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는데, 시즌은 아직 길고 분명히 더 좋은 기회가 또 올 것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9일 롯데전에서 비로 노게임 선언돼 2이닝 밖에 못 던져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 공을 더 던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는 KIA가 ‘어린 호랑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선두 SK를 4-2로 제압했다. 0-1로 뒤진 5회초에 전날 9회초 역전 대타 만루홈런을 터뜨린 한승택이 이번엔 동점 솔로포를 날렸고, 계속된 기회에서 이창진이 데뷔 첫 홈런을 역전 2점포로 장식했다. KIA는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대거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잇몸 야구’로 이번 3연전에서 2승1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삼성은 대구에서 KT와 장단 15안타씩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14-12로 진땀승을 거뒀다. NC는 창원에서 롯데를 8-1로 꺾고 주말 3연전을 싹쓸이 했다. 한화는 고척에서 연장 10회초에 터진 최재훈의 1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키움을 3-2로 제압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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