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교착 장기화 조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3차 정상회담의 문이 열려있다고 공언했지만,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교착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양측 지도자가 각자의 비핵화 해법을 포기하지 않은 채 일단 결단의 ‘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은 2차 정상회담에서)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고 말했다고 13일 보도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약 6주 만에 김 위원장이 미측 비핵화 ‘빅딜(일괄타결식)’안을 겨냥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갖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혔다. 3차 북미 회담의 조건으로 ‘올바른 자세’와 ‘공유 가능한 방법론’을 내걸어 북한이 요구해 온 부분적 비핵화 방안에 미국이 응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에 올해까지 결단을 내리라는 메시지를 보내 압박을 이어가는 동시에 협상의 공 역시 미측에 넘기려는 시도다.
김 위원장의 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 반응을 내비쳤다.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북미)가 각자 어디에 서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밝히면서다. 다만 “머지않아 핵무기와 제재가 제거되고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여 빅딜 요구를 에둘러 언급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비핵화 최종목표와 그에 상응해 제재가 해제된 미래를 밝혀 김 위원장에게 여기에 다다르기 위한 로드맵을 짜러 협상장에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양측 다 협상 재개 조건을 버리지 않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대화의 불씨는 살아 있는 셈이지만 실제 두 사람이 3차 정상회담장에서 만나기까진 시일이 걸릴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측의 요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비핵화 해법에 북미가 접점을 찾기 전까지는 정상회담 추진조차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북미 실무진 간 비핵화 최종 목표 및 로드맵에 대한 협상 진전 없는 정상회담 직행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 우선 합의하자는 북측 안은 한미 모두 반대하고 있어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구체화하는 데 대해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며 “이후 권한을 위임 받은 북측 실무진이 미측과 만나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 논의를 하지 않는 한 당분간 교착 국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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