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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대선 모터사이클 르포] ‘부정 선거’ 악재에도 인파… 조코위 “경제대국 건설” 표심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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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대선 모터사이클 르포] ‘부정 선거’ 악재에도 인파… 조코위 “경제대국 건설” 표심 호소

입력
2019.04.15 04:40
수정
2019.04.15 10:5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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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13일 오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손을 들고 연설하자 지지자들이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를 세워 화답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13일 오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손을 들고 연설하자 지지자들이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를 세워 화답하고 있다.

“조코위 라기(다시 조코위)!” “키타 아달라 조코위(우리가 조코위다).”

13일(현지시간) 오후 1시쯤 마른하늘에 소나기가 내렸다.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듯 비는 30분 가까이 자카르타 중심가인 호텔인도네시아(HI) 교차로를 적셨다. 땀과 빗방울 범벅인 사람들이 대나무 악기 앙쿨룽과 인도네시아국기를 흔들며 “조코위” “마주(전진하자)”를 외쳤다.

대통령 선거를 나흘 앞둔 이날 조코 위도도(별칭 조코위) 현 대통령의 마지막 유세가 자카르타 도심을 뒤덮었다. 야권 대선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의 지난 7일 유세 때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과 그 주변에 약 200만명이 운집했다는 프라보워 측 주장(본보 8일 2면)에 조코위 지지자들은 “우리는 2배 이상 더 모인다”고 공언했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지지자가 13일 선거 현수막으로 장식한 차량 위에서 깃발을 흔들며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으로 향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지지자가 13일 선거 현수막으로 장식한 차량 위에서 깃발을 흔들며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으로 향하고 있다.

조코위 측 행사 구간은 7㎞를 넘었다. 도보로는 1시간30분, 지하 도심고속철도(MRT)로도 10분 거리다. 시간을 아끼면서 생생한 거리 상황도 볼 겸 오후 2시쯤 그랩(grab) 오토바이에 올랐다. 하지만 타자마자 막혔다. ‘HI 교차로부터 GBK 스타디움까지’라는 행사 구호는 빈말이 아니었다.

조코위가 9개 정당의 연합 후보임을 알리듯 거리는 빨강(투쟁민주당) 노랑(골카르당) 녹색(통일이슬람개발당) 등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었다. 깃발을 단 오토바이와 선거구호로 꾸민 차, 흑우(투쟁민주당 상징)로 분장한 사람들이 줄지어 갔다. 곳곳에 마련된 간이무대에선 선거운동원들이 노래와 율동과 구호로 흥을 돋웠다. 인도네시아 33개 주(州)를 상징하는 퍼레이드와 악대 행진도 눈에 띄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마지막 유세가 열린 13일 자카르타 중심 도로를 악대가 행진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마지막 유세가 열린 13일 자카르타 중심 도로를 악대가 행진하고 있다.

오후 2시50분쯤 맑은 하늘에서 또 비가 쏟아졌다. 스타디움을 2㎞ 앞두고 20분 정도 발이 묶였다. 1㎞ 지점부터는 도저히 오토바이로 나아갈 수가 없어 인파에 몸을 맡기고 걸었다. 사방이 사람들로 달라붙어 몸뚱이가 둥둥 뜨는 기분이었다. 이날 배치된 경비요원 수만 해도 “프라보워 유세 때보다 4배 많은 4만명”(인도네시아 경찰당국)이라고 했다.

다행히 오후 4시 조코위 대통령의 유세 시작에 맞춰 스타디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 록(Rock) 콘서트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중앙무대는 로커와 밴드들이 접수하고 있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흰색 셔츠를 입은 조코위 대통령은 연단에서 인도네시아 국가 원칙인 ‘비네카 퉁갈 이카(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를 역설했다.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인종ㆍ종교ㆍ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거대하고 위대한 국가”라는 것이다. “2045년 세계 4위 경제대국” 비전도 제시했다. “조코위!” “조코위!” 함성이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뒤이어 러닝메이트인 마룹 아민 부통령 후보는 이슬람 지도자답게 축복기도로 군중을 휘어잡았다.

13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대선 마지막 유세 현장인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도로가 자동차와 오토바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13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대선 마지막 유세 현장인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도로가 자동차와 오토바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조코위 대통령이 이날 밤 예정된 5차 대선 토론에 참석하기 위해 퇴장하자 스타디움은 다시 콘서트장으로 변모했다. 군중들은 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 등을 합창했다. 행사 뒤 부근 스나얀 MRT역에서 표를 사기 위해 1시간, 타기 위해 30분 줄을 서야 했다.

프라보워 유세가 묵직한 ‘광장 집회’라면 조코위 유세는 활기찬 ‘거리 축제’였다. 프라보워 유세 현장은 통일성을 강조하는 흰색이 주류였던 데 비해 조코위 유세 현장은 다양한 색깔이 조화를 이뤘다. 지지자 연령대는 조코위 쪽이 상대적으로 젊고 가족단위 지지자도 더 많아 보였다. 규모나 집중도, 분위기 면에서 유세만큼은 현 대통령 조코위가 앞선 듯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족이 13일 마지막 유세가 열린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로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족이 13일 마지막 유세가 열린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로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그러나 조코위 대통령은 최근 잇따른 악재로 재선가도에 비상이 걸렸다. 재외동포선거를 앞둔 말레이시아에서 1번(조코위)에 기표된 투표용지 4만~5만장이 발견됐다. 골카르당 국회의원이 투표일 새벽에 뿌리기 위한 용도로 의심되는 40만장의 5만루피아(4,000원)권을 쌓아뒀다가 반부패위원회(KPK)에 압수당했다. 프라보워 측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법적 처리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층 비율이 10% 안팎이라는 점도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조코위가 전반적으로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지만 이달 들어 일부 조사에선 격차가 5.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유권자(1억9,282만8,520명)의 6분의 1이 거주하는 ‘정치 1번지’ 서부 자바주만 따지면 둘의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최근 조사 결과도 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2014년 대선 후처럼 선거 불복이 빚어지고 정치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대선 마지막 유세를 마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연단까지 밀고 들어온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13일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대선 마지막 유세를 마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연단까지 밀고 들어온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조코위 지지자들은 승리를 확신한다. 유네스코에서 일했다는 요하킴(60)씨는 “이제껏 많이 이뤘고, 정부 조직을 잘 다스리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조코위가 또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푸란(29)씨는 “조코위 덕에 일자리를 얻었다”면서 “무조건 조코위”라고 엄지를 세웠다.

인도네시아 대선은 총선, 지방선거와 함께 오는 17일 치러진다.

자카르타=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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