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보수와 고용 안정성으로 청년 구직자 사이에 선망의 직장으로 손꼽히는 금융공기업과 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공채로 1,200여명을 채용한다.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으로 청년층 취업난과 맞물려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10개 금융공기업과 5대 시중은행 중 8곳이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했거나 윤곽을 잡았다. 이들이 현재까지 밝힌 채용 규모는 1,209명 이상으로, 지난해 상반기(1,174명)보다 소폭 많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이 올해 상반기 최소 860명을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올해 75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200∼250명을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 채용(200명) 규모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난 1월 금융지주 출범 후 첫 공채인데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확대 정책 등에 기여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아직 정확한 채용 규모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최소 전년보다는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300명을 채용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월 채용 공고를 내고 상반기 360명의 신입 채용을 마무리했다. 역시 지난해 상반기(320명)보다 40명 더 많다.
통합 하나은행 출범(2015년) 이후 하반기 채용을 원칙으로 해온 KEB하나은행은 올해 처음으로 상반기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채용 규모는 미정이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채용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금융권 공기업 및 공공기관 중에선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투자공사(KIC)가 작년 상반기 최종 선발 인원(283명)보다 60명가량 많은 347명 선발 계획을 세웠다.
채용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영업점 인력 수요가 많은 기업은행(220명)으로, 이달 20일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직무수행능력평가로 구성된 필기시험이 치러진다.
신용보증기금은 2003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상반기 채용(70명)을 진행한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하고자 올해는 상하반기 두 차례 공채를 실시하는 것이다. 일반전형(55명) 중 20명은 비(非)수도권 지역인재로 구분해 채용하고, 15명을 뽑는 특별전형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5명, 데이터 전문 2명, 리스크관리 4명, 기술평가 및 투자심사 4명 등 전문인력을 뽑는다. 지난해엔 하반기 채용만 진행해 95명을 선발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 채용인원은 작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입은행은 30명, 한국투자공사는 27명을 상반기에 각각 선발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표적인 양질 일자리인 금융권에 채용을 독려하는 데다 시중은행이 올해 초 명예퇴직을 진행한 만큼 신규 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채용 규모가 더 확대된다 해도 금융권 공채 경쟁률이 100대1을 넘는 경우가 빈번한데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체감실업률이 25.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 등을 고려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채용 비리 여파로 은행ㆍ금융공기업의 채용 전형은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학교명, 학업성적, 사진, 성별, 생년월일 등 정보를 지원서에서 아예 삭제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일반화돼 있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채용 과정 상당 부분을 외부에 위탁하거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한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