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외압받은 경찰 간부도 소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이모씨가 검찰에 출석한다. 김 전차관 관련 수사가 재개된 이후 성폭행 의혹 피해자가 수사단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경찰 내사 당시 청와대에서 외압을 받은 의혹의 당사자인 경찰 간부도 소환조사를 받는 등, 검찰 수사는 성폭행과 직권남용 등 사건의 핵심 실체를 밝히는 쪽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법률 자문을 맡은 한국여성의전화 측과 함께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에 이번 주 중 출석하기로 했다. 이씨 측은 수사단이 ‘별장 동영상’ 관련 자료를 요청하자 “직접 가서 동영상 관련 내용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검찰에 나와 동영상 등장 여성이 자신임을 밝히고, 이를 입증할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앞선 두 차례 검찰 수사에서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2013년 1차 수사에서 “2008년 1~2월 서울 역삼동 자신의 집에서 김 전 차관과 성관계를 했고,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이를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씨는 ‘별장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로 다른 피해여성 박모씨를 지목했으나, 이듬해 이를 번복하고 “내가 별장 동영상 속 여성”이라며 김 전 차관 등을 고소했다.
주요 피해자인 이씨의 출석으로 김 전 차관 성폭행 의혹 사건 수사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은 성폭력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을 투입해 이씨를 응대할 계획이다. 다만 두 차례 무혐의로 결론 나고 재정신청도 기각됐던 사건인 만큼 회의적 시각도 많다. 진상조사단은 아직 성폭행 혐의에 대한 수사권고를 하지 못했다. 수사단도 성폭행 자체보다 동영상 촬영 경위 등 진상규명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수사단 관계자는 “정식 참고인 조사는 아니고, 피해자의 말을 경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사단은 14일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김 전 차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 당시 경찰 내사 지휘라인에 있던 이세민 전 경무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이 전 경무관은 당시 수사기획관으로 내사를 맡았으나, 발령 4개월만에 갑자기 경찰대학으로 발령 나며 좌천을 당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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